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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전 열한시 Apr 06. 2022

낭비 없는 부엌, 대파 한 달 보관법

얼마 전 우연히 sns 광고에서 이런 문구를 본 적이 있다. ‘대파는 아이스크림이 아닙니다.’

대파를 보관하는 밀폐용기의 광고 문구다. 대파는 얼리지 않은 생파로 요리할 때 가장 맛있다.

살림 초보시절 두 사람이 사는 집에서 대파 한 단을 썩히지 않고 먹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아이스크림이 아니지만 절반 정도의 대파는 꽁꽁 얼려두는 방법을 택했다.

밀폐용기에 넣어둔 대파는 2주 정도가 지나면 시들어가니 마음이 조급해진다.

파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던 지난겨울, 너도나도 파테크에 열을 올렸었다. 바로 파를 물꽂이 하여 길러 먹는 방법이다. 나 역시 대세에 동참해 보았지만 매일 물을 갈아주어도 어느 시점부터는 악취가 나기 시작했다.

썩어가고 있었다. 길러먹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버리지 않고 끝까지 잘 먹는 것이다. 그저 물에 꽂아 싱싱하게 유지만 되어도 좋으련만

왜 악취가 나는 것일까?? 원인이 무엇일까?

부패는 언제나 따뜻한 온도에서 쉽게 일어난다. 그렇다면 냉장고에 넣어서 물꽂이를 한다면 어떻게 될까?

예상은 적중했다. 냉장실에 물꽂이 한 대파는 썩지 않았다. 한 달 가까이 두어도 싱싱함을 유지한다.

무엇보다 죽어있는 채소가 아닌 살아있는 채소를 바로 채취해 먹는 기분이 들어 좋았다. 뿌리로 물을 먹는 살아있는 싱싱한 대파였다.

파향이 살아있어 양념간장에 넣어도 좋고 파무침도 상시 가능하다.  

대파 냉장 물꽂이 보관법

사온 대파는 머리 쪽만 깨끗이 씻어 긴 뿌리를 반 정도 잘라 정리해 준다.

파를 꽂아 둘 긴 용기에 물은 뿌리가 살짝 잠길 정도로만 조금 담아 물꽂이 한다.

물은 일주일에 두 번 정도 갈아준다. (사실 이마저도 잊을 때가 있지만 썩지 않았다.)

파를 냉장고 문에 수납하고 파를 포장한 비늘을 잘라 냉해를 입지 않도록 덮개를 만들어 준다.

요리에 잘 사용하지 않는 끝부분은 가위로 잘라 깨끗이 씻은 다음 물기를 빼고 냉동 보관한다. (그대로 보관해도 되지만 오래 보관할 경우 끝부분이 마르기도 하고 수납에 좀 더 용이하기 위함이다.)

냉동된 파는 육수나 수육에 사용한다.

물 한방울 넣지 않은 무수분 수육

나와 같은 생각을  사람이 혹시 있지 않을까 궁금해져 검색해 보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무언가 뿌듯해지는 순간이다. 그렇게 나만의 대파 보관법은 살림   페이지에 담겼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대파 냉장 물꽂이 보관법 실천해 주었다. 책을 쓰는 기쁨은 내가 가진 것을 나누는 데에 있다.

약 한 달이 지난 대파

전 세계에서 생산된 음식물 가운데 3분의 1이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다고 한다. 버려지는 음식물을 금액으로 따지면 한해 약 439조 원에 이른다.

유엔 식량농업기구는 부유한 나라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의 양이 세계 기아 인구 8억 7000만 명을 먹여 살릴 만큼의 양이라고 전했다.

식품을 만드는 데에는 많은 양의 물과 비료, 연료가 쓰인다.  음식물 쓰레기의 증가는 자원의 낭비이며 환경오염의 원인이 된다. 음식물 쓰레기를 땅에 묻을 경우 메탄가스 같은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그 양은 약 33억 t으로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7%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폐기물·자원 행동 프로그램>


낭비 없는 부엌을 만드는 일, 냉장고에서 버려지는 식재료를 최소화하는 것은 우리 집 가계는 물론 나아가 지구를 생각하는 일이다.

잠시의 탐구가 삶을 보다 이롭게 한다. 환경을 위한 선한 실천이 바로 우리 집 부엌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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