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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전 열한시 Jun 06. 2020

스텐 팬 쓰는 여자

스텐 팬 사용기

누군가 나에게 미니멀 라이프를 위한 주방 템  1위를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스텐 팬을 권하겠다.

주기적으로 바꿔줘야 하는 코팅 팬에 비해 반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한 스텐 팬은 거창하게 말하자면 지구를 위한 팬이요, 소박하게 말하자면 가계살림에 보탬이 되는 고마운 존재다.

셰프의 주방에 주렁주렁 걸려있는 반짝이는 스텐 팬은 하나의 오브제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테인리스는(stainless steel) 가장 안전한 조리도구라는 것이다.

반면 눌어붙지 않는 코팅 프라이팬은 불소수지 코팅으로 이 코팅제에 포함된 화학물질 PFOA(과불화 옥탄산)는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제암연구소는 PFOA를 발암 추정물질을 의미하는 ‘2군 발암물질(group 2B)’로 분류시켜 놓았다.

PFOA는 우리 몸에서 잘 배출되지 않는 잔류성 유기화합물로 환경호르몬으로 작용 - 기형을 유발하고 간 독성을 나타내며 성적인 발달을 지연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고온에서 유해물질이 발생되는데 음식뿐 아니라 호흡기로도 들어가 음식을 먹는 사람은 물론 조리하는 사람 모두에게 유해하다.

이 같은 인체 악영향이 드러나면서 미국과 유럽 등지에선 PFOA 생산과 배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편이다.

만약 코팅 프라이팬을 사용해야 한다면

이 마크를 확인하는 것이 비교적 안전하다.



스텐 팬 고르기

걱정 없이 쓸 수 있는 스텐 팬도 고를 때 유의할 점은 있다.

재질은 304 (18-10), 316 제품을 택하는 것이 좋다. 가격의 차이는 대부분 소재의 차이다.


   볼트 방식                                                 스폿용접 방식

손잡이까지 스텐인 제품이 좋으며 팬 안쪽에 볼트가 없이 매끈한 스폿용접 방식의 제품이 설거지와 위생상 좋다.


바닥면에만 열이 가해지는 인덕션이나 하이라이트 등의 전기레인지에 쓸 경우 바닥만을 겹으로 붙여 만든 겹 바닥 제품이 밀착력이 높아 열효율이 좋다. 현재 인덕션을 사용하기 때문에 바닥 3중 제품을 사용 중이다.

바닥부착 방식                                              통다중 방식

가스를 사용한다면 불꽃이 옆면으로도 닿기 때문에 통 다중 프라이팬이 타지 않고 예열도 빠르다. 너무 두꺼우면 무게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통 5중 정도가 무난하다. 하지만 겹 바닥에 비해 온도 변화에 민감해 변형되는 경우가 있다. 탄 냄비나 프라이팬에 갑자기 찬물을 붓는 것은 변형의 위험이 있으므로 서서히 식힌다.

실제로 가스레인지에 사용했던 통 다중 스텐 팬이 미세하게 휘는 바람에 인덕션에 사용 불가하게 되었다. 바닥이 변형된 프라이팬은 인덕션 고장의 원인이 된다.

내가 사용할 열원에 따라 알맞게 고른다.


브랜드는 역사와 전통이 있는 인지도 있는 브랜드를 고르는 것이 마감이나 용접 상태가 좋다.



하지만 이렇게 잘 고른 스텐 팬도 집에서 잠자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코팅 팬과 달리 요령을 터득해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스텐 팬을 사용하는 노하우는 예열에 있다.

하지만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예열이 아닌 오일 코팅이다.

코팅이 되지 않은 스텐 팬에 오일로 코팅을 해주어 물이 침투하지 못하게 만들어 음식물이 들러붙지 않게 해주는 작업이다.


초반에 내가 실패했던 방법은 약불에서 10분 정도 예열 후 물방울을 떨어트려 또르르 굴러갈 때 기름을 두르는 방식이었다.

이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바쁜 아침에는 결국 코팅 팬을 꺼내기 일수였고 실패 확률 또한 높았다.


그렇게 코팅 팬과 스텐 팬을 오가는 시간을 보내다 더 이상 코팅 팬을 사지 않기로 했다. 수명이 다한 코팅 팬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의 대안을 두지 않았다.

어쨌든 이제 나는 스텐 팬 만을 써야 하는 것이다.


그게 방법이었을까

나는 지금 코팅 팬만큼 스텐 팬이 편하다.



스텐 팬 사용법

중간이상의 강불에서 처음부터 기름을 두르고 2분 안쪽으로 짧게 예열하기

일단 시간이 대폭 줄어들어 코팅 팬처럼 조리가 가능해졌고 실패하는 일이 거의 없어졌다.

물을 뿌리고 물기를 제거하는 번거로움 없이 눈으로 확인하면 된다.

오일 코팅이 잘 된 스텐 팬은 가장자리에 물결치는 듯한 m자 무늬가 생기고 중앙엔 그물 모양처럼 오글오글한 무늬가 나타난다. 주의할 점은 기름이 타기전, 연기가 나기 전에 불을 꺼야한다. 여러 번 반복하다 보면 적당한 타이밍을 알게 된다. 기름양에 따라 스텐 팬의 두께에 따라 열원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무늬가 나타나면 오일 코팅이  되었다는 신호. 이때 불을 끄고 잠시 기다린  재료를 넣는다. 다시 중불로 켜고 조리 시작 

두번째 부터는 코팅팬을 쓰듯이 기름을 두르고 계속 진행해도 절대 들어붙지 않는다.

부침개 열 장쯤도 설거지 없이 거뜬하다.


두부부침도 어렵지 않다. 두부는 단단하고 물기가 적을수록 잘 부쳐진다. 키친타월 등으로 물기를 미리 제거해 준다.

재료가 차가울수록 들러붙을 확률이 높으므로 두부나 달걀을 조리 전 상온에 꺼내 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기름을 머금은 식은 음식(부침개, 전 종류)을 데울 경우 기름 없이 약불에 바로 올려 서서히 데우면 기름 추가 없이 데울 수 있다.

재료가 달라붙었을 때는 일단 불을 끄고 기다리면 재료의 수분으로 인해 대부분 떨어진다.


스텐 팬 사용의 완벽한 정석은 없다.

자신이 가장 편한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다.

스텐 팬만을 3분정도 중불로 예열한 다음 오일을 넣고 1분 정도 가열하는 방법 또한 널리 쓰이는 방법이다.


만약 스텐 팬 구입이 망설여 진다면 집에있는 스텐 냄비에 달걀프라이 등을 시도해 보고 사용여부를 가늠해 본다.



스텐 팬 세척과 관리

처음 구입한 모든 스텐 제품은 연마제가 남아있을 가능성이 있다.

새 스텐 팬은 오일과 키친타월을 이용해 검은 가루가 묻어 나오지 않을 때까지 닦아준다. 연마제를 닦아낸 후 세제와 베이킹소다로 설거지 후 식초물에 끓여준다.


음식물이 눌어붙은 스텐 팬은 물에 식초를 넣고 끓인 다음 문질러 씻으면 간단하다.

심하게 들러붙은 것은 철 수세미를 이용한다. 결방향으로 문질러 주며 반짝이는 광이 있는 바깥면에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단 초록 수세미는 스테인리스의 마모를 일으키므로 사용하지 않는다.


스텐 팬 겉면의 변색은 아스토니쉬 찌든때 클리너 혹은 브리오신 키친 클리너 등의 전용 세제를 사용해 닦아주면 새것처럼 변신한다. (아스토니쉬가 좀 더 강력하다) 손잡이 용접부위에 세제가 들어가지 않게 조심한다. 용접부위를  약하게 만들 수 있다.

이러한 관리는 몇달에 한번이면 충분하다.


모든 스텐 제품에서 볼 수 있는 안쪽 무지개 얼룩은 스테인리스 제품에 생기는 산화피막 현상으로 물과 산소가 만나 생기는 미네랄 얼룩이다.

식초로  가볍게 닦아만 주면 사라진다. 인체에 무해하므로 그냥 사용해도 무방하나 반짝반짝한 스텐은 기분좋은 요리시간을 선사한다.

스텐 팬의 최고 매력은 언제나 새것처럼 되돌릴 수 있다는 점이다.

스텐 팬은 소모품이 아닌 소장품이다.


나의 부엌에 내 살림의 역사가 담긴 오래된 스텐 팬 하나,

자부심과 애틋함이 담아질 것이다.


@a.m_11_00

인스타그램에 매일의 살림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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