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은 물건들에 둘러싸여 지내다 보면 그것들을 치우고 정리하느라 애쓰는 시간들에 점점 회의가 들기 시작한다.
쓰지 않는 것, 불필요한 것을 줄여 가사노동의 시간 줄이기
그것이 대부분 주부들이 시작하는 미니멀 라이프의 첫 단계다. 그리고 그렇게 비움의 과정에서 버려져나간 물건들에 대한 후회는 자연스럽게 환경이란 문제와 맞닿게 된다.
내가 버린 물건들은 어디로 가서 언제쯤 완전히 사라지게 될까?
미니멀 라이프를 한다는 사람들의 대다수가 제로 웨이스트로 넘어가는 수순을 밟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말 그대로 옮기자면 버려지는 것이 없다.
버리는 것으로 시작해 더 이상 버려지는 것이 없도록 만드는 것
아이러니하지만 그랬다. 버리지 않고 모든 걸 안고 가는 사람보다 더 나은 유일한 이유일 것이다. 소비는 그렇게 신중해진다. 그러나 나는 아쉽게도 제로 웨이스트라는 타이틀을 내게 붙이지는 못했다.
나는 환경운동가가 아닌 평범한 주부다.
살림 = 소비다.
버려지는 것이 없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어쩌면 주부는 가장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직업군이 아닐까 싶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나의 소비와 비움이 더욱 신중해야 함을 느낀다.
'절대’라는 말은 무리지만 ‘적게’라는 말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일회용품을 줄이고 비닐을 덜 쓴다. 그렇지만 나는 일회용 수세미를 쓰고 있고 편의를 위해 포기하지 못한 부분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할 수 있는 것들을 조금씩 늘려가는 중이다.
장바구니를 쓰고 텀블러를 사용한다.
완벽하지도, 늘 그렇지만도 않다.
내가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버려지는 것을 최소화하는 것이었다.
주부인 내가 가장 자주,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일 - 제대로 분리수거하기.
우리가 모르는 페트병 분리수거 법 - 뚜껑은 반드시 열어서 분리수거해야 한다 - 이 사실을 알게 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게 현실이다.
정정합니다.
뚜껑과 고리는 분리해도, 안 해도 좋다. 환경부 자원 재활용과 이경노 주무관에 따르면 뚜껑은 그대로 닫고 고리도 그대로 둔 채 배출해도 괜찮다고 한다. 재활용 업체에서 페트병으로 원료 생산을 할 때 페트병을 파쇄한 후 세척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고리와 뚜껑이 분리되기 때문이다. 고리와 뚜껑은 폴리에틸렌(PE)재질로 물보다 비중이 작아 위로 뜬다. 페트(PET)소재는 물보다 비중이 무거워 가라앉기 때문에 쉽게 분리할 수 있다. 물론 처음부터 뚜껑과 고리를 분리해 따로 모아 버리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그대로 버려도 분리가 잘 되므로 잘 벗겨지지 않는 고리를 벗기려 수고하지 않아도 된다. 뚜껑은 다시 닫아서 배출해도 좋고, 따로 모아 플라스틱으로 버려도 된다.
튜브형 화장품과 치약 등은 잘라서 내용물을 깨끗이 비운 다음 분리수거한다 남은 치약은 세면대 청소 등에 사용하면 아깝지 않게 모두 소비할 수 있다.
아이스팩과 우유팩, 유리병 등은 재사용, 재활용될 수 있도록 수거에 참여하고 재활용 제품의 소비를 늘려 착한 기업의 성장을 돕는다.
더불어 쓰지 않는 품목을 늘려간다.
린스, 섬유유연제는 사용하지 않는다.
이 두 가지는 사용하지 않아도 견딜 만큼의 뻣뻣함이었다. 신기하게도 처음 린스를 중단하고 굉장히 뻣뻣하다고 느꼈던 머리카락의 감촉이 날이 갈수록 괜찮아지는 느낌이었다. 익숙해지니 그동안 왜?라는 물음이 나왔다.
린스는 모근에 남을 경우 탈모를 유발하고 가려움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섬유유연제는 세탁조 물때를 만드는 주범이라니 굳이 돈을 써가며 사용할 이유가 없었다.
나는 인위적인 향을 싫어하는 사람이다.
바디클렌저 역시 퇴출된 지 오래다.
비누를 거품 내 사용하는 편이 훨씬 뽀드득하다.
이렇게 함으로써 플라스틱 쓰레기를 덜 만들고 물을 덜 오염시킬 수 있다. 더불어 집은 더 미니멀해진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것은 환경을 위한 일인 동시에 나와 우리 집 경제를 위한 일이기도 하니 시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비닐은 세척해서 잘 건조한 다음 다회용으로 사용한다. 장 볼 때 가져가서 비포장 채소 등을 담는 용도로 사용한다.
탈부착용 물티슈 캡을 구입해 사용하면 플라스틱 소비를 줄일 수 있다 캡이 없는 물티슈가 더 저렴하다.
물티슈 사용은 줄여가고 있는 중이지만 여전히 급할 때 사용 중이다.
제로가 아닌 레스(less)다.
소프넛을 사용하거나 소창 와입스를 쓰지 않지만
괜찮다.
언젠가 나는 그럴 수도 있고 그러지 못할 수도 있다.
선물포장을 할 때 새 포장지를 사지 않고 집에 있던 종이백을 이용해 포장한다던가.
랩을 적게 쓰기 위해 꼼수를 쓴다던가 - 하는 나만의 적게 쓰기 연구가 재미있다.
그렇게 각자가 실천하고 줄여간 쓰레기의 양은 결코 less가 아니다.
지난해 발급한 종이 영수증의 길이는 지구를 아흔여섯 바퀴 도는 길이와 같다고 한다. 비용만 한 해 천억 원에 가깝다.
‘내가 이거 하나 한다고 뭐가 달라질까’하는 생각에 대한 지불액 치고는 너무 큰 숫자다.
우리가 무심코 받은 작은 종이 한 장이 거대한 산을 이룬다. 전자영수증이 가능한 매장에서 “영수증은 버려주세요”라는 말은 정말 미안한 말이다.
대단한 각오나 결심은 필요치 않다. 일단 시도해 본다.
‘오늘부터 나는’ 보다는 ‘생각나는 대로 지금’이 맞다.
그렇게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백사람의 한 번은 백 번이 된다.
다음 세대를 위한-이란 이 진부한 말이 나는 참 좋다.
왜냐고?
나는 엄마다.
인스타그램에 매일의 살림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