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새로운 문을 열고 새로운 세상으로 한 걸음 나아가기
9년을 한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익숙하고 편하고 동시에 지루하고 지겹다. ‘다른 데 가서 다른 일 하고 싶어!!!‘라는 말만 늘어놓게 되었다.
그럼 그렇게 하면 되잖아?
하지만 가고 싶은 회사가 없었다. 이직을 적극적으로 알아보지 않은 데에는 그 이유도 한몫했다.
그런데 이제 9년간의 근무를 마무리하겠다고 마음먹어서일까? 몇몇 회사의 HR 담당자분들이 채용 플랫폼을 통해 메시지를 주셨다. 그중에 타이밍과 흥미가 생겼던 딱 두 군데에 면접을 봤다. 한 곳은 최근에 이용해 봤던 숙박/경험재 관련 플랫폼이었고, 또 한 곳은 이전 회사와 동종업계의 플랫폼으로 비슷한 업무이지만 타깃 마켓이 다른 포지션이었다.
채용 과정에서 느꼈던 점들에 대해 몇 자 남겨둔다.
이직의 첫 번째 난관은 이력서/포트폴리오 준비다. 다 내가 한 일인데 왜 이렇게 정리가 안 되는 거지? 한 번에 몰아서 하려니까 너무 하기가 싫다.
추천하는 방법은 반기/연말 성과 평가 시마다 그 내용을 포트폴리오에 함께 정리하고 업데이트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게 되면 평가 작성도 꼼꼼히 하게 되고 이력서/포트폴리오 업데이트도 미루지 않게 된다. 너무 뻔하고 지겹게 들리지만 이 뻔한 걸 실천하는 게 가장 어렵다.
이번 이직 때는 별도의 PPT 형태의 포트폴리오를 정리하지는 않았다. 대신에 이력서 + 상세 경력기술서를 통합한 노션 페이지를 채용 플랫폼에 오픈해 두었다. 언젠가부터인지 포맷과 디자인을 너무 고민해서 본질인 내용 그 자체에 집중하지 못하겠더라. 그래서 무조건 텍스트부터 먼저 적고 관련 화면은 정말 간단하게 캡쳐본 참고용으로만 달아두기 시작했다.
포트폴리오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럴 때는 포트폴리오 통합 본으로 이력서에 포함해 두었다고 말씀드렸더니 HR에서 따로 코멘트는 없었다.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형식보다는 내용 정리에 초점을 두자.
경력직 면접은 그동안 본인이 이전 직장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했고 어떻게 가장 큰 성과를 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 문제를 해결했는지 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어떤 부분에서 어떻게 기여했는지 그 과정에서 목표를 어떻게 세웠는지 등을 최대한 디테일하게 이야기한다.
내 경우에는 퇴사하기 직전까지 면접관으로서 면접을 많이 봤다. 면접관이었다가 지원자가 되니 면접관들이 주로 면접에서 어떤 의도로 질문하는지 알 수 있겠더라. 이게 뻔하디 뻔한 진리의 출제자의 의도 파악이디.
그리고 이번에는 인터뷰이로서 실제 연습을 해보기 위해 Chat GPT에 내 이력서 내용을 넣고 예상 질문을 뽑아 달라고 하고 나름의 답변을 해봤다. 음성 채팅을 하면서 소리 내어 말해보니 확실히 도움이 되었다. 더불어 내가 얼마나 어버버 하는지도 자각할 수 있다.
할까 말까 할 땐 그냥 한번 해보자. 면접도 그렇다. 낯선 사람의 눈으로 나도 몰랐던 나의 장점을 발굴해 낼 수 있다.
지금 다니게 된 회사의 2차 면접 때의 일이다. 전주 금요일 퇴사를 하고 1차 면접을 바로 그 다음 월요일에 보고 결과 발표가 바로 다음날 화요일에 나고 그 주 금요일에 2차 면접을 보러 갔다. 퇴사를 하고 일단은 쉬고 싶었고 가고 싶은 회사도 없었는데 혹시 몰라 그냥 한번 가봤다.
기본적으로 내가 어떻게 프로젝트를 해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반대로 면접관 분께도 질문했다.
본인이 이 회사에서 어떤 마음 가짐으로 일하는지? 본인이 생각하기에 지금 조직에 계속 근속하는 이유가 있는지? 이런 질문들을 통해 그 조직이 어떤 분위기 일지를 예상해 보는 편이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듣다 보니 진짜 일하는 걸 좋아하는 분이다라는 걸 느꼈다.
나의 상사가 될 수도 있는 사람이니까 갈등이 발생했을 때 내가 이 사람의 스타일을 감당해 낼 수 있을까 에 대한 상상도 곁들여 본다. 몇몇 질문은 예상치 못한 내용이어서 어버버 하고 조금 당황해서 다시 한번 질문해 달라고 하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아 너무 떠는 거 티 나겠네라고 생각했다.
“지금 하나도 안 떠시는 것 같은데요?”
라는 반응이셨다. 밝고 사람을 되게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장점이 있다고 말씀해 주셨다.
감정 기복이 적은 편이긴 하다. 너무 좋아도 또 반대로 너무 싫어도 100프로 드러내지는 않는다. 속으로는 이불킥에 등에서는 땀 삐질이지만 사회생활 짬이 있어서인지 티가 덜 났나 보다.
내가 밝은 사람이었나? 생각해 보니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그래도 면접을 면접관으로 많이 본 경험이 있어서 안정적으로 진행하는 게 큰 두려움이 없었던 것 맞다.
평소에 잊고 있었던 나의 어떤 부분들이 낯선 사람에 의해 '발견' 될 수 있어서 다시금 깨달을 수 있어서 좋았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알아가고 호기심을 가지는 그런 기회를 오랜만에 느껴볼 수 있었다. 진짜 가볍게 그냥 면접이라도 한번 보자라고 지원했던 포지션이었는데 두 달 뒤 그 자리에 앉아있게 되었다.
사람일 어떻게 될지 모른다. 어떤 기회가 올지 모르니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