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멜리아 Mar 27. 2016

D, 오늘은 영화를 봤어.

혼자서 무언갈 한다는 건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


안녕, D!

 오늘은 무작정 노트북이랑, 할 일들을 가지고 밖으로 나왔어. 다 쓴 화장품들을 새로 사야하기도 했고, 겸사겸사 해서 말이야. 카페에서 조금 시간을 보내다가, 친구들이 재미있다고 했던 영화 <주토피아>를 보러갔어. 알다시피, 나는 뭐든지 얼리어답터는 못되기 때문에, 영화관에서 제때 영화를 보는 건 꽤 손에 꼽거든. 이번에도 정말 오랜만에 가서 보게 된 영화였어.

 누구와 함께였냐고? 어, 나 혼자였지.

 내가 '혼자서' 영화를 보러 가고, '혼자서' 박람회나 연극 같은 것들을 보러 간다는 등의 말을 하면,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물어보더라고. "그걸 혼자서 해?" ....그럼, 혼자서 하지. 왜, 혼자서 하면 안 되는 일들인거야? 물론 내가 혼자서 커플 석에 앉는다든지 하면 문제가 조금은 될 수 있지만, 그런 것도 아닌데 뭐.


 내가 무언가를 '혼자' 하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던 것 같아. 그러니까, 작년 이맘때였나, 처음으로 '혼자 영화보기'에 도전했었어. 영화 표를 끊고, 그리고 나서 상영관으로 들어서는 길. 처음엔 그 길이 얼마나 길게 느껴지는지 알아?



누가 나를 보면 어쩌지?
저 사람은 친구도 없다고 생각한다면 어떡해?



 진짜 말 그대로 모험을 떠나는 기분이었다니까.

 매표소의 예쁜 언니가 "(영화 제목은 기억이 안나), 성인 1매 맞으시죠?" 하고 물어볼 때는 쥐구멍에 숨고 싶었어. 으아, 내 뒤에 있는 사람이 이 이야기를 들었을 것만 같아! 난 이제 저 사람과 앞에 있는 예쁜 언니에게 있어서는 전 우주적인 왕따가 된 거야! 영화 한 편을 보면서 무슨 그런 과장스러운 표현을 하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처음 할 때는 그랬어. 이런 것에 아예 둔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최소한 그런 사람들 중에 나는 속하지 않았거든. 나는 티켓을 끊고, 최대한 빠르게 상영관 안으로 들어갔었어.




 그런데 그거 알아? 내가 그 날의 경험으로 인해 알게 된 건 있지, 첫째로 생각보다 사람들은 나에 대해 많은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거야. 하기사, 나라도 그러겠어.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이나, 혹은 사랑하는 가족들이나 연인과 함께 있는데 왜 굳이 옆에 앉아있는 '혼자 온 사람'에게 눈을 돌리고 "낄낄, 저 사람은 혼잔가봐"하고 말하겠어? 오히려 나를 보고 "와, 진짜 저 머리 색 예쁘다. 근데 네가 하면 진짜 별로일듯." 하고 친구를 놀렸을지도 모르지.


 두번째로 오히려 '혼자' 무언가를 즐기는 것은 생각보다 매력적이라는 거야. 누군가와 어떤 것을 같이 즐기면, 그 사람과 같은 것을 보면서 생각을 나누고,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겠지. 사실 이건, 내가 참 좋아하는 일이기도 하고. 같은 일을 하더라도, 같이하는 사람이 다를 때는 느낌이 모두 다르듯이, 누군가와 어떤 것을 함께하면 그만큼 다채롭고 재미있어져.

 하지만 혼자 하는 것도 꽤나 괜찮아. 일단은 누군가와 일정을 조정할 필요도 없고, 내가 가고 싶을 때 가면 된다는 점, 그리고 내가 즐기고 싶은대로 즐길 수도 있다는 거. 내가 연극을 보러 가서 커튼콜이 보기 싫으면 그냥 내멋대로 나와도 된다는 거야. "글쎄...?"라고 한다면, 그냥 한 번쯤은 해보라니까.


 '나'도 꽤 좋은 친구야.


무엇보다도 내가 생각하는 것들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는 게 참 매력적이야. 친구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만큼이나, '나'도 말하고싶은게 참 많더라고. 그렇다고 완전히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서도 안되겠지만, 가끔가다 하루쯤은, 나쁘지 않잖아?

매거진의 이전글 D, 오늘은 버스를 탔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