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인사는 누군가의 하루를 행복하게 만들어
안녕 D.
오늘은 버스를 탔어. 그러니까, 우리 집 앞을 지나는 마을버스가 있는데, 내가 즐겨 타는 지하철 노선까지 단숨에 데려다주는 고마운 노선이거든. 우리 동네에 있는 보건소부터 백화점, 지하철 역이나 영화관까지 모두 연결해주는 버스라서 일주일에도 몇 번 씩 이 버스를 타는지 모르겠어.
그런데 오늘은 조금 독특한 경험을 했어. 버스에 타서 카드를 찍으니까, 버스 기사 분께서 마이크에 대고 말씀하시더라고.
안녕하세요!
사실 버스를 타면서 누군가에게 이렇게 활기차게 인사를 듣는 것이 그렇게 익숙한 일만은 아니기에 나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까딱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어. 그렇지만 버스에 타서 자리에 앉는 그 순간에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몰라.
가만히 버스에 앉아서 가만히 흔들리고 있자니 나와 함께 버스에 앉아있던 분들 중 몇 분이 다음 정류장에서 내리셨는데, 그 기사 분은 버스에서 내리는 분들께는 또 그렇게 인사를 하시더라고.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매일 버스에 타면 들리던 라디오 소리 대신에, 정류장에 멈출 때마다 들려오는 기사님의 활기찬 목소리가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몰라. 분명 그 버스 안에는, 나처럼 괜히 그냥 기분이 좋아졌던 사람들도 있었을거야. 그래서 나도 내일 때, 정말 오랜만에 큰 소리로 인사했어. 감사합니다!
오늘도 그 버스는 기사님의 활기찬 인사를 싣고 달리고 있겠지?
요즘 '인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한참 깨닫고 있는 것 같아. 어제까지 나는 기업체들에 전화를 할 일이 꽤나 많은 알바를 했었는데, 그럴 때 서로가 서로에게 처음 들려주는 인사가 어떤지에 따라서 전화를 끊을 때의 나와 상대방의 기분이 좌우된다는 느낌을 받았거든. 예를 들어, 내가 전화를 걸었던 A 기업에서는 <매우 귀찮음>의 목소리로 "네헤에.....A입니다......"하고 전화를 받으셨는데, 전화를 끊을 때까지 기분이 다운되는 것 같았어. 전화를 끊고나서는 괜히 한숨이 나오더라고. 내가 부탁한 일을 그대로 해주셨는데도 말이야.
사실 인사는 시간이나 돈이 필요하지 않은 간단한 한 마디 뿐이지만, 어쩌면 그 한 마디가 가져오는 효과는 그 이상인지도 모르겠어. 누군가의 하루를 다르게 만들 수 있을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