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은 텁텁한 팥시루떡이 너무나도 먹고싶은 날
어릴 적에 나는 이웃집으로 누군가 이사오는 게 그렇게 좋았다. 등하교길에 이삿짐 트럭이 아파트 앞에 서있는 것을 보면 왠지 기분이 좋았고, 특히 우리집과 붙어있는 위아래집이나 앞집일 경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엘리베이터는 무거운 이삿짐을 실은 채 천천히 올라갔고, 그 때문에 빨리 내리지 못하는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나는 집 근처에 누군가 이사를 오면 그렇게 좋았다.
"이틀 전에 앞집 이사 온 사람이에요. 이제 겨우 정리하고 인사를 왔네요. 많이 시끄러우셨죠?"
"아유, 뭐 이런 걸 다. 아니에요."
"아무튼 앞으로 잘 부탁드릴게요."
"네, 반가워요."
그래 이거다! 내가 기다려왔던 것.
아파트 앞의 이삿짐 차를 보면 어김없이 하루나 이틀 뒤면 새로운 이웃이 팥시루떡을 들고 인사를 왔다.
나는 느끼한 것을 잘 먹음에도 왠지 생크림 특유의 그 질감은 달갑지 않았다. 그래서 부드러운 케이크보다도 조금 텁텁한 시루떡을 훨씬 좋아했다. 특히 방금 온 이사떡처럼 따끈한 시루떡은 정말 최고였다. 나는 이사떡이 오면 반쪽 정도만 덜어두고 욕심을 부려가며 와구와구 시루떡을 모두 해치우곤 했다.
이사떡의 특징은 집집마다의 입맛이 배어있다는 것이었다. 같은 시루떡을 돌리더라도 중간에 호박이 들어간 시루떡을 돌리는 이웃도 있었고, 콩이나 심지어는 쑥이 들어간 시루떡도 있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은 순수한 팥시루떡이었지만, 간혹 중간중간 달달한 콩이나 호박이 씹히는 것도 소소한 기쁨을 선물해주곤 했다. 어쩌면 그 많은 종류 중에서 하나를 고르고, 떡을 자르는 새 이웃의 손길 덕분에 이사떡이 따뜻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최근에는 근처 이웃들이 이사가는 일이 그렇게 많지 않은데다가, 이사떡을 돌리는 경우도 많이 줄어들어 새 이웃으로부터 따끈한 팥시루떡을 받는 것은 기억 속의 일로 남아버렸다.
그래서 시루떡이 생각날 때면 마찬가지로 시루떡을 좋아하는 아빠와 함께 떡집에 가서 한 팩을 사오는데, 이사떡과는 달리 수많은 시루떡 중에서 하나를 내가 골라야 해서 이사떡을 받던 때가 많이 그리워지곤 한다.
아, 오늘은 정말로 따뜻한 시루떡이 먹고싶은 날이다.
텁텁하지만 따뜻한 시루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