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달은 어떤 모양일까
휴학한지, 그러니까- 두 달이 되었다.
사실 계획한건 작년 말이었으니까 따지고 보면 네 달이다. 그런데 계획했던 것과는 다르게 돌아갔고, 나는 휴학 전과 그다지 다를 것이 없어보였다.
그냥 그 사실을 깨닫기까지 네 달이 걸렸다는 사실이 조금 분하기도 했다.
휴학을 하고나면 정말 아무 생각없이 나에게만 몰두할 수 있을 줄만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세상에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난 아니었다. 다만 강의를 가지 않고 시험을 보지 않는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냥 똑같은 삶을 살고 있었다.
분하고, 내 자신이 너무나도 멍청하게 느껴졌다. 이럴거면 그냥 학교를 다니지 왜? 하는 생각은 계속해서 머릿속에 맴돌았다.
차차 나는 내 손 안에 쥐고있던 '6펜스'를 탓하기 시작했다. 내가 가진 것이 6펜스가 전부라서 저 달에 닿기가 너무나 힘든 게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다. 나는 의지가 너무 약한 것 같아, 일의 경중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 같기도 하고, 또….
그렇게 나는 손바닥의 6펜스를 꼭 쥔 채로 수렁으로 빠져드는 기분이 들었다. 모두 조금씩 달에게로 가는데 나는 지하로 천천히 내려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었다. 다시 달을 바라보게 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손바닥 위 동전에서 눈을 떼고 시선을 멀리 지평선 쯤으로 두었다. 그랬더니 질문 하나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왜 쉬어가려고 했던건데?
내가 휴학을 했던 이유는 사실 내 손바닥 안의 동전을 하나라도 더 늘리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다만 나와 내 달 사이의 그 안개가 너무 짙기에 천천히 달을 관찰하고자 했음이었다.
그러나 나는 어리석게도 손바닥의 작은 동전을 눈 가까이에 두고 저 커다란 달을 가리고 있었다. 그러니- 달이 보일리가 있나. 달이 시야에서 사라지니 더욱 불안하고, 눈 바로 앞에 갖다 댄 동전은 온 세상을 가득 채울만큼 크게 보여 더욱 내 눈을 멀게 했다.
고작 6펜스 때문에 나는 내가 닿기를 기다리는 나의 달을 볼 생각조차 않았고, 그래서 방향을 잃은 채 두 달을 그냥 보내버린 것이다.
차라리 내가 두 달 동안, 손에 꼭 쥐고 있었던 6펜스로 커피를 사서 마셨다면 아주 여유롭게 달빛이 내리쬐는 풍경을 바라볼 수도 있었을거다. 그럼 적어도 본래 계획한 것의 반도 제대로 못했어 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뭐 충분히 쉬었으니까 이제 열심히 할 수 있겠지, 됐어 하고 털어버렸을텐데.
달까지의 거리는 너무나도 멀기에 얼마가 걸릴지는 모른다. 아니 사실 아직도 나는 나의 달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제대로 남은 9개월 가량을 보낸다고 하더라도, 그를 모를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본다.
다만 바라건대는 내가 가진 6펜스로 아주 초보적인 돋보기라도 하나 제대로 장만할 수 있는 9달이 되었으면 좋겠다. 다시 주머니 속 한 줌의 동전에 정신이 팔려 수렁으로 빠지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그랬으면 좋겠다.
Title_서머싯 몸, <달과 6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