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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멜리아 Apr 01. 2016

D, 오늘은 봄과 재회를 했어.

다시 찾아온 계절 가운데 나만 그대로인 것만 같아.

"너네 학교 교복 짱 예쁘다. 우린 무슨 시금치 색이야."

"우리 학교 교복은 약간 80년대 여고생 느낌이지않냐. 머리를 땋아야 할 것 같아."

"낄낄 나는 선비다."

"근데 오늘 교복 입고 오는데 약간 창피하지 않았어? 킥킥. 염색하고 화장하고 교복입으니까 이상해."

"야야, 사진 찍는대! 얼른 다 이리와!"



D, 잘 지냈니?

 오늘 나는 도서관에 반납할 책도 있고, 과방에 두고온 짐들이 있어서 가지러 갈 겸해서 오랜만에 캠퍼스에 다녀왔어. 언제나 등교할 때 내리던 그 정류장에 내렸는데, 잔디밭에 교복을 입은 새내기들이 가득하고, 그들은 2년 전 나와 내 친구들이 나누었던 그 대화 내용을 똑같이 나누고 있었어.

 그래, D. 이야. 4월이 온 거야.


 4월의 첫 날은 괜히 다들 즐거워야만 할 것 같은 만우절이야. 그래서 새내기들은 졸업 이후로 꽁꽁 숨겨두었던 교복을 오랜만에 꺼내입고, 또 다른 기분으로 학교에 오지. 그리고 여느 해와 같이, 올해도 4월의 첫 날, 학교의 잔디밭은 교복을 입은 새내기들로 가득했던 거야.

 그런데 있지 D, 그 옆을 지나는데 오늘은 기분이 참 묘하더라. 2년 전에는 내가 그 잔디밭 위에 있었고, 1년 전에는 그 옆에서 함께 봄볕을 쬐고 있었는데─마침내 봄의 잔디밭 앞에서 내가 제3자가 된 기분이 들었어.



나는 정말로 고학년이 되어버렸구나.



 집에 돌아오는 길에 페이스북을 켜니, <과거의 오늘>이라는 알림이 떠. 아, 열어보고싶지 않았는데. 절로 그리 향한 손가락이 나를 놀리는 것만 같은 기분이야. 그곳에는 정말 앳된 얼굴의 나와 내 동기들이 있었어. 살펴보니 그 중에서는 군대에 간 친구들도 있었고, 교환학생을 간 친구들도 있었고, 고시를 준비한다고 휴학계를 낸 친구들도 있었어. 물론 학교에 계속 다니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은 다시 왔고, 봄의 자리를 지켰던 친구들은 각자의 길을 떠나고 있었고, 친구들이 떠난 자리에는 새로운 사람들이 찾아와 그 자리를 메웠어. 봄은 다시 찾아왔지만, 그 때의 내 봄은 그리움과 추억의 이름으로만 남아있을 뿐이야.





 그래, 계절이 다시 찾아왔어. 하지만 나는 더 어른이 되기는 커녕 고민만이 깊어질 뿐인 것 같아. 깊어진 고민 가운데에서, 다만 모호함이 더해질 뿐인지라 더욱 갑갑하기만 해. 눈을 꼭 감은 채로 달려왔기 때문에, 잠깐 그 자리에 서서 뒤도 돌아보고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갈지 고민해보려고 쉼표를 찍었는데, 다들 조금씩 다르지만 자기 길을 따라서 앞으로 가고 있는 반면에 나만 그대로인 것 같아서 불안하고.

 나는 아직도 그 날의 봄, 잔디밭 위의 새내기와 같은데 시간은 계속해서 어른이 되라고, 점점 교문 밖으로 나를 밀어내고 있어. 모든 것이 서툴기만한 나, 계절은 다시 찾아올텐데. 다시 또 찾아올 봄의 앞에서, 나는 무사히 어른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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