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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멜리아 Apr 05. 2016

D, 오늘은 아이들을 만났어.

'그 나이다움'에 대한 생각.

D, 정말 오랜만이지?

 말 그대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드디어 오늘이 되어서야 다시 일상이 안정을 찾은 것 같아. 그래서 오늘은 오랜만에 운동을 다녀왔지. 조깅을 좀 하려고 집 뒤쪽에 있는 작은 산을 오르는 길─어쩐지 우리 동네에는 이 천천히 오는 것만 같아서 아쉬웠는데, 세상에, 내가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던 일주일 동안 우리 동네에도 봄이 만발해 있더라고! 오랜만에 나온터라 몸은 무거웠지만, 그래도 발걸음은 가벼웠어.


 아참, 근데 그거 알아? 오늘은 바로 식목일이야!

 뭐, 딱히 어릴 때처럼 나무를 심으러 다니는 것도 아니고, 더 이상 휴일도 아니라서 뭔가 기념하는 기분이 들지는 않았는데, 초등학교 1학년 정도 되어보이는 아이들이 선생님과 현장학습을 나왔더라고. 흐드러지는 벚꽃과 그 아래로 봄망울을 틔워낸 개나리, 그 옆에 쪼르륵 앉아있는 아이들을 보니까 문득, 오늘이 식목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그 옆을 지나는데, 조잘거리는 아이들 사이로 한 아이의 큰 목소리가 들려오는 거야.



선생님!
으응, 선생님이요, 친구한테 지우개 같은 거 잘라서 던지면 안 된다고 하셨는데에,
상민이가요, 개나리를 꺾어서요, 저한테 던졌어요.
그럼 안 되는 거죠?



 세상에, 너무 깜찍하지 않니?

 여덟 살 꼬마 특유의 또박또박한 말투로 담임 선생님께 억울하다는 듯이 말하는 모습이라니. 빠르게 옆을 지나쳐서 그 뒷이야기는 들을 수 없었지만, 왠지 그 한 마디가 너무나도 아이다워서 괜히 웃음이 나더라고.






 대학에 오기 전에, 어른들, 아니 꼭 선생님이나 부모님 또래의 어른이 아니더라도 나랑 10살도 채 차이나지 않는 어른들도, 종종 그런 말을 하곤 했어. "그래도 너희 또래에는 그게 딱 너희 나이답고 예뻐."

 사실 그 말은 다 복장검사를 합리화하기위한 계략이라고 생각했었지.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때 어른들이 말했던 '너희 나이답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 나이에만 풍길 수 있는 분위기, 그 나이에 하면 잘 어울리는 것들. 그리고 그 나이에만 만들 수 있는 추억들. 그 나이대의 유행을 좇아야 한다는 말은 아니고, 그렇다고 그 나이대에는 꼭 그걸 해야만 해! 하고 말하고 싶은 것도 아니야. 예를 들어, 미끄럼틀을 타고 놀며,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숨바꼭질을 하는 것은, 나보다는 아까 본 아이들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지 않니?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친구들과 숨바꼭질을 하면 안 된다는 말은 아니듯, '그 나이답게' 하지 않는 것이 틀린 것은 아닐테지만, 그냥 놓치면 아쉬운 '그 나이다움'이라는 게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럼 내 나이다운 것들은 뭐가 있을까? 시간이 지나고, 내가 놓치게 되면 아쉬워할 스물 한 살 다움은?




Cover Picture by Leo Rivas-Mico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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