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새벽을 깨우는 사람들'이 있어, 그것도 꽤 많이.
안녕, D!
오늘은 웬일인지 새벽부터 일어나서 운동을 갔어. 3월 말에 쉬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꾸준하게 운동을 다니고 있는데 이렇게 일찍 일어나서 간 것은 처음이라 괜히 기분이 좋아지더라. 한창 운동을 하고 집에 돌아오는데, 다들 그제야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가더라고! 늘어지게 낮잠까지 잤는데도 이제 일곱 시가 넘은 것을 보면 하루도 정말 길게 느껴지는 것 같아.
아차, 그런데 아침 운동을 가는 중에, 오늘 새벽에 할 일을 모두 마쳤는지 약간은 지친 기색의 환경미화원 한 분을 횡단보도에서 마주쳤어! 그래도 고등학교 다닐 때는 평소보다 조금 더 일찍 집을 나설 적이면 몇 번 마주친 적이 있었는데, 부끄럽지만 최근 몇 년 간은 그렇게 일찍 일어나지 못했던 터라 실로 오랜만에 만나는 환경미화원 분이었지.
아, 새벽을 깨우는 사람이야!
D, 오늘 내가 만났던 그분처럼, 누구보다도 빠르게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분들이 있다는 거 아니? 새벽도 아직 졸린 눈을 비비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밤이 쳐두었던 어둠의 장막을 걷어올릴 때, 이미 하루를 시작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 말이야. 그것도 꽤 많이.
시험공부를 해야 해서 그랬든, 아니면 오랜만에 만난 친구를 만나 회포를 풀었든, 밤을 새우고 첫 차를 타야 하는 날이 올 때면 종종 그분들을 만나. 나처럼 밤을 새워서 첫 차를 타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 차를 타고 출근하는 사람들도 많았거든. 비몽사몽, 학교에 도착했는데 내가 촉촉한 복도를 걷게 되는 것도 다 새벽을 깨우는 사람들이 지나간 흔적이겠지? 그래, 내가 한창 잠에 취해 있고, 아침을 맞는 알람 소리도 아직 울리지 않았을 때, 누군가는 이미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던 거야.
잠이 오지 않는 새벽에도 마찬가지였어.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주 가끔 몸은 피곤해도 동이 터올 때까지 잠이 오지 않을 때도 있는데, 그때 창 밖을 보면 밤의 향락이 휩쓸고 간 자리를 빗자루로 쓸고 계시는 분들이 계셨어. 쓱싹, 소리로 새벽을 깨우고 계셨지. 창문을 활짝 열면 아직 아무도 깨지 않는 새벽이라서 그 소리가 어렴풋이 들리기도 하는데, 나는 그 소리에 맞춰서 사락사락 잠이 들기도 했었어.
다 밝은 아침이 되어서야, 혹은 그보다도 더 늦게 하루를 시작해버리는 나는 그분들을 마주할 일이 딱히 없지. 다만 비몽사몽 한 채로 언제 문을 여는지 아무도 모를 만큼 일찍 문을 여는 슈퍼 앞을 지나고, 발에 딱히 차이는 낙엽 하나 없이 말끔하게 치워진 길을 걸을 뿐. 사실 그래서 자주 그분들의 존재를 잊어버리기도 해. 마치 그 슈퍼는 매일 아침 스스로 문을 열고, 이 거리는 원래 깨끗한 것처럼 말이야.
마치 오늘처럼, 고요한 새벽을 깨우는 그분들과도 만나는 날들이 종종 있었으면 좋겠어. 그럼 조금 더 사소한 것들에 감사하는 하루가 될 것만 같지 않아?
Cover Picture by Morgan Sess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