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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멜리아 Mar 31. 2016

D, 오늘은 느낌표가 필요한 날이야!

감탄사는 그 날을 감탄스럽게 만드는 힘이 있어!

안녕, D!

 오늘은 정말로 감탄스러운 하루였어. 들어볼래?



 나는 오늘, 아주 간단하게만 화장을 하고 집을 나섰어. 평소보다 늦게 집에서 나와서, 조금만 지체되어도 학원 수업에 늦을 것 같아. 엘리베이터도 왠지 느리게 올라와. 아, 조금 일찍 나올 걸 그랬나봐. 그러다가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문득 내 코끝을 스친 머리카락에서 풍겨오는 향수 냄새를 맡으니 문득 기분이 좋아졌어. 와! 나 정말 이 향수 잘 샀다. 진짜 마음에 쏙 들어.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횡단보도까지 다가가는데, 내가 타야하는 마을버스가 건너편에서 떠나는 것이 보여. 으악! 큰일났다. 그런데 횡단보도에 내가 다다르자마자 신호등이 초록빛으로 바뀌었어. 와! 이건 좀 멋졌다.

 그럼에도 방금 떠난 버스를 잡을 수는 없지. 어떻게 하지? 그러고 있는데 내가 고개를 돌리자마자 택시에서 손님이 내려. 와! 이 길, 택시가 그렇게 잘 잡히는 길은 아닌데!


 그렇게 도착한 학원. 요 며칠 제대로 복습도 못해서 매 수업마다 새로운 정보와 지난 정보가 뒤섞여서 정말 힘들었는데, 오늘은 복습을 하고 왔지. 와! 장난 아니야. 머릿속이 정리된 기분. 새 단어가 발음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지만. 역시 복습하길 잘했군.


 수업이 끝나고 나와서, 나는 집으로 가는 대신 학원 앞에 있는 카페로 발길을 향했지. 확인해보니 어느새 내가 회원 등급이 올라가있어. 오! 등급별 혜택을 보니 꽤 괜찮은 것들이 몇 개 있어. 신난다!

 잠깐 기다리자 내가 주문한 음료가 나왔다고 부르는 남자 알바생의 목소리가 들려. 와, 그런데 목소리가 정말 듣기 좋아! 게다가 주문한 음료는 오늘따라 약간 녹아서 오히려 먹기가 편해. 아! 학원 앞 이 카페에 자주 오게 될 것만 같아.


 집으로 돌아가는데, 버스가 잘 안 잡혀. 날은 따뜻한데, 정류장은 바람이 뭐 그리 많이 부는지. 설상가상, 이어폰까지 갑자기 한 쪽이 안 들려. 그냥 집 앞까지 갈까, 하다가 그냥 정류장 앞에 있는 편의점으로 들어갔어. 와, 근데 여기 편의점 사장님이 완전 친절하셔! 이어폰이 지금 망가진 건, 여기서 새로 사라는 신의 계시였나! 가게를 나설 때 까지 웃어보이시는 사장님 덕분에 기분이 한껏 좋아졌어. 세상에, 때마침 버스도 와!

 가게를 다녀온 동안 줄이 길어졌어. 앉아 가기는 글렀.....와! 내가 마지막 자리에 앉았어!





 맞아, 사실 오늘은 그리 감탄스러울 것이 없는 하루였어. 대신 그런 날이었지, 온점보다는 느낌표를 더 쓰고 싶은 그런 날! 응, 오늘은 그런 날이었어. (사실 3월의 마지막 날이 벌써 다가와버려서, 어떻게 하면 하루를 알차게 보낼까 생각하다가 떠오른 방법이기도 했어.)

 오늘 하루에서 든 생각은, 감탄사는 하루를 감탄스럽게 만들 수도 있겠다는 거야. 아주 일상적인 하루지만, 짧은 감탄사 하나로 나의 긴 하루가 변했듯이. 하루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감탄할 일이 있다면 그 하루는 오늘의 내 하루처럼 괜히 특별한 날이 되지 않겠어?


 그래, 활기찬 인사가 다른 이의 하루를 행복하게 만든다면, 짧은 감탄사로는 오늘 나의 하루를 특별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지도 모르겠어. 아!─그 한 마디가 말이야.

 모쪼록 남은 오늘은, 네게도 감탄스러운 하루가 되기를 바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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