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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멜리아 Mar 30. 2016

D,  오늘은 처음으로 운전대를 잡았어.

'처음', 그 설레고 두려운 순간이여!


안녕, D.

 오늘은 나에게 있어서 역사적인 날이야! 내가 처음으로 운전대를 잡은 날이거든. 아니 뭐, 도로에서 운전한 것도 아니고, 겨우 50m를, 그것도 시속 10km도 될까말까한 속도로 몰아놓고서는 뭘 그리 말하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역사적인 순간이었어. 범퍼카나 고카트도 제대로 못 모는 내가, 처음으로 정식 운전석에 앉아서, 처음으로 운전대를 잡고 시동을 걸었던 날이니까.


 D, 나는 어릴 적 보조 바퀴를 떼고 처음으로 두 발 자전거를 탔던 날을 기억해.

 사실 그리 오래되지 않았어. 부끄럽게도 다른 친구들에 비해 한참이나 늦은, 5학년 땐가 해서 겨우 두 발 자전거 타는 법을 배웠거든. 사실 말이 안 되잖아. 안전한 지지대를 없애고 그 좁은 면적 위에 내가 올라서야 한다니! 당연히 나는 자전거를 가르쳐주겠다고 했던 아빠에게 절대로, 절대로 놓지 말라고 했었지.

 몇 번을 넘어졌는지 몰라. 사실 지금도, 다리를 잘 살펴보면 그 때 넘어져서 크게 다쳤던 상처가 희미하지만 훈장처럼 남아있어. 그리고 끝끝내 혼자 한 줄의 바퀴 면적을 남기고 미끄러지듯 자전거를 탔던 그 '처음'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해. 그래, 엄마 아빠가 "딸, 정말 멋지다!"하고 칭찬해주던 그 순간을 나는 기억해.

 그리고 오늘은, 그 때와 느낌이 참 비슷했어.






처음, 이라는 것.

 처음이라는 건 어쩜 몇 번을 되풀이되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건지 모르겠어. 처음 마주하는 사람들, 처음 마주하는 환경, 처음 마주하는 과제들. 그 많은 순간순간은 어쩌면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것들이지만, 그래도 그런 '처음'의 순간들이 다가올 때면 매번 설레는 것 같아. 그리고 동시에, 처음 자전거를 탔을 때처럼 무수히 넘어지고 깨질까봐 불안하고 두려워.


 근데 있지, 지나보면 많은 경우에 내가 설레고 기대했던 만큼이 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그런 만큼 내가 두려워하고 불안했던만큼 엄청난 것이 아닐 때도 많은 것 같아. 겨우 스무 해 남짓 살았지만, 그냥 내가 지금까지 느낀 바로는 그래. 그래서 누군가, 나와 같이 생각한 사람들 중에서 누군가는, 이렇게 말하곤 해. 앞으로의 일들에 기대를 걸지도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라고. 하지만 나는, 나의 처음에 대하여 익숙해지지 못한 채로 매번 설레고, 두려워할래. 나는 그런 내가 좋아.

 물론 그때마다 뱃속에서 몽글거리는 그 기분이 정말 싫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정식 면허증도 아니고, 겨우 연습 면허를 딴 주제에 "야호! 해냈어!" 하고 자랑하며 행복할 수 있는 것도 다 그 덕분일테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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