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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멜리아 May 01. 2016

5월 1일과 손

왜 멀쩡할 때는 알지 못하나, 그리고 왜 다시 잊어버리나.

나는요, 너무나도 작고 짧고 약해서 사람들이 많이 주목해주지 않아요.

전에는 꼭 나와 같은 이들을 만나서 서로 꼭꼭 중요한 이야기를 속삭이기도 했었는데 요즘에는 그런 일도 많이 줄어버리고, 다만 길고 예쁜 이들 사이에서 거북처럼 가만히 자리해있어요.


하지만 나는요,

그들은 들어가지 못하는 조그만 구멍에도 들어갈 수 있고요,

덩치 큰 언니오빠들이 빽빽하게 서있을 때 그 틈바구니 작은 곳에 가만히 앉아 바람을 막아주기도 했고요,

그리고 가끔은 그들이 생각하지 못한 곳에 서서, 작지만 든든한 버팀목도 되어주기도 했어요.


그래, 나도 장점이 참 많답니다.

당신은 내가 작다고 툭하면 잊어버리지만.



내 이름이 뭐냐구요?

내 이름은,

새끼손가락이에요.




오른쪽 새끼손가락 끝에 작게 상처가 났다.

사실 새끼손가락이라고 하면 쓸데가 별로 없을 것만 같다. 예전에야 손가락 걸고 약속이라도 했다지만, 지금은 그것조차 하지 않으니까.


그러나 세수를 할 때 손을 오목하게 만들면 가운데에서 버티고 있던 것이 새끼손가락이었고,

내가 조그만 구멍이나 홈에 집어넣을 수 있는 것은 새끼손가락 뿐이었고,

심지어는 타자를 치는데도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 바로 새끼손가락이었다.

너무나도 작은 손가락이지만, 작은 손가락에 났던 더 작은 상처는 하루를 내내 힘들게 했다.

그제야 나는 조그만 새끼손가락이 내 생활에 있어서 얼마나 큰 존재였는지 깨닫는다.


아, 왜 멀쩡할 때는 알지 못하나.

그리고 왜 낫고나면 다시 이를 잊어버리나.



Cover Picture by Brooke Ca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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