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생 딸이자 지금은 엄마가 된 사람과의 인터뷰 중
질문: 50년대생 양육자에 의해 키워진 80년대생이라는 점이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쳐왔는지, 2022년에 태어난 아이를 양육하는 데에는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지현: 부모 세대는 정서의 중요성에 대해 학습을 받지 못하고 자라난 세대인 것 같아요. 지금이야 인지심리나 아동심리 분야에서 많은 책들이 나오고 TV프로그램, 유투브 채널들이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만 그때는 그런 것도 없었고요. 사회적인 인식도 양육의 큰 목표가 좋은 대학에 보내는 걸로 설정되어 있었으니까요. 노동환경도 지금보다 열악했죠. 출산이나 육아에 관한 휴직이나 단축근무 같은 제도가 없어서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과중노동에 집안일에 육아까지 감당하느라 시간적, 정신적 여유도 없었을 테고요.
저희 엄마는 지금도 너에 대해서라면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너에게 미안함도 아쉬움도 없다고 하세요. 엄마가 더 잘 가르치는 학원, 선생님에게 나를 맡기려고 아주 여러 시도를 했던 것도 기억합니다. 영어를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만들려고 영어를 쓰는 외국인들이 많이 다니는 교회에 저를 보낼 생각까지 했으니까요. (우리 가족은 모두 무교였습니다) 덕분에 다양한 형태의 사교육을 경험해보았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다지 외향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 성향의 엄마가 그런 정보들을 다 어디서 얻었을까 싶어요. 지금처럼 인터넷 커뮤니티가 활발했던 때도 아닌데 말이에요. 그만큼 엄마가 신경을 쓰고 노력해서 얻은 정보들이었겠죠. 그러니까 최선을 다했다는 것은 엄마의 진실인 거죠.
그러나 그 맞은 편에 엄연한 저의 진실도 있어요. 소통의 부재. 여과 없는 감정의 일방적인 표출, 손찌검, 폭언, 협박..감각할 수 있는 사랑의 부재... 저처럼 엄마와의 지난한 갈등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어떤 사람들은 그래도 결국 엄마가 나를 사랑해주었다는 걸 느꼈다고 하는데, 저는 아무리 찾아봐도 아무리 더듬어보아도 사랑의 흔적이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아요. 책임감은 보이는데 사랑이 보이지 않아요. 보이지 않는, 느껴지지 않는 사랑도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아이에게는 오로지 사랑만 주자. 듬뿍 주자. 최고의 모습만 보여줄 수는 없더라도 최악의 모습은 피하자, 라는 생각 뿐입니다. 어떻게 보면 자라온 과정에 대한 반작용 같기도 해요. 공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생각까지 하니까요. 저보다는 엄마가 아이 교육에 대해 더 신경쓰고 조바심을 내요. 아이가 숫자에 관심이 있어보이면 얘는 나중에 건축가하면 좋겠다, 의사하면 좋겠다, 이런 식이에요. 지금 한창 뇌의 흡수가 좋을 때니까 얼른 학습지라도 시켜라 독촉하고요. 어떤 작용에 대한 반작용도 독립적인 움직임은 아니죠. 엄마의 그늘을 벗어나는 일이 가능할까요? 감정의 골을 이토록 깊게 만들었던 역사를 넘어서 한 명의 인간으로 엄마를 공평히 대할 수 있는 날이 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