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의 힘

장애인이라고 봄꽃놀이를 마다할까요.

by 아멜리 Amelie

남동생이 경주로 1박2일 여행을 갔다.


아니, 경주로 여행을 보냈다. 호텔을 예약해주고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곳들을 찾아서 알려줬다. 내가 걱정했던 것보다 잘 다니고 여행을 즐긴다. 정말 행복하다는 카톡이 왔다.


다 자랐지만 집에선 ‘걱정거리’ 딱지가 붙은 사람, 제몫이 뭔지 아직도 여전히 모르는 사람, 늘 불안하고 불안정해 보이는 사람이 내동생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이건 내가 만든 내동생의 모습이었다. 이 친구는 본인이 즐길 수 있는 순간들을 놓치지 않을 줄 아는 사람이고, 좋은 것을 보고 좋다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고, 세상은 잘 모르지만 새로움에 겁을 많이 먹지 않고 조금씩 경험해 보려는 사람이었다.


그간 내가 쓰고 있는 안경으로만 동생을 바라본 것같아 미안했다. 그런 눈으로 보기 전에 오늘처럼 호텔을 하나 예약해주고 가서 놀라고 했어야 했다. 더 크게 보고 다른 생각을 하고 살아가라고 입으로 주절주절하는 시간에 새로운 세상에 쉽게 갈 수 있도록 도와줬어야 했다.


다음에는 포항을 한번 가보고 싶다고 한다.

그럼, 가야지. 다음 여행은 포항으로 하자.


이런 즐거운 이야기를 카톡으로 나누다가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는 것 같다는 말도 했다. 꽃보러 와서 왜 너를 보는 지 모르겠다며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답했다 그들의 시선을 무시하라고 큰소리를 쳤지만 그들의 시선때문에 동생의 마음이 작아질까봐 살짝 걱정한 건 비밀이다.


요즘 김원영 변호사의 <실격당한 자들을 의한 변론>을 다시 읽고 있다. 장애인 운동을 하시는 분들, 장애인 관련 글을 쓰시는 분들의 이야기에 늘 눈과 귀를 활짝 열어놓고 살고 있다. 세상 모두가 내동생을 이해하지 못해도 나 하나는 이 녀석을 이해하고 싶어서. 그리고 이 녀석과 같이 늙어가고 싶어서. 이 녀석이 나를 통해 그동안 받지 못한 세상의 환대를 모두 받는 느낌이 들게 해주고 싶어서.


경주 황리단길에서 찍은 사진을 몇 장 받았다. 생각보다 사진을 잘 찍는 것 같다. 이 녀석이 즐거워하는 마음이 사진 속에 그대로 담겨 있다.


오늘은 나도 잘 놀았고 이 녀석도 참 잘 놀았다.

덩달아 행복하다.



* 내 동생은 뇌병변 장애인이다. 사고나 질병으로 인해 뇌에 충격이 가해져 몸의 일부가 마비되고 언어, 기억력이 떨어지는 장애이다. 뇌병변 장애가 어떤 장애인지 모르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 나도 내 동생이 뇌병변 장애인이 되기 전까지 몰랐으니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