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의 힘

질문이 샘솟아 즐거웠던 책 - 오래된 연장통

독후감

by 아멜리 Amelie

대학에 입학하면 누구나 한번쯤 관심을 가지는 과목이 심리학이란다. 난 심리학에 관심이 없었다. 줄곧 관심을 가져온 문학과 역사 속에서 인간이 가진 오묘한 심리를 만나왔기에 굳이 심리를 학문으로까지 접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먼저 했다. 소설과 역사, 사회과학서에서 만나는 인간의 심리는 대부분 환경과 타인과의 관계에서 형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과거 어떠한 환경에서 인간이 성장하고, 타인과 맺어온 관계의 형태가 현재와 미래의 인간을 결정하는 열쇠 역할을 한다. 물론 인간이 저지른 사건·사고의 원인을 따지는 '왜’에 대한 대답, 사건·사고가 전개된 방향을 묻는 ‘어떻게’에 대한 대답 등에는 인간의 타고난 본성에 대한 의문도 포함되어 있기에 타고난 본성과 처한 환경을 잘 버물어 살펴봐야 한 인간에 대해 깊이 있는 이해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태곳적 인간이 지구상에 도래한 이후에 DNA를 통해 흐르고 흘러온 인간의 본성을 「오래된 연장통」을 통해 살펴보며 무릎을 탁 치는 순간이 몇 번 있었다. 문화사회 환경만으로 분석하기 어려웠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은 마치 사막에서 반짝이는 별을 보며 방향을 잡는 여행자가 된 느낌이었다. 살다 보면 부지불식간에 던지는 질문들이 있다. 동일한 현상을 두고 다르게 대응하는 남녀의 행동부터 도통 이해하기가 어려운 영유아의 언행과 표현, 트라우마나 자격지심과 같은 환경적 요인만으로 설명과 납득이 되지 않는 타인의 행동과 성격들까지 뭐하나 딱 꼬집어 설명하기 힘든 구석이 있는 질문들이 있다. 이러한 ‘왜’에 대한 수만 가지 대답들이 진화심리학에 있고, 진화심리학에 대한 탐구는 걸음마 단계이기에 더 많은 연구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가장 크게 호기심을 자극한 부분은 약 70만년 전 구석기 시대의 인간이 현재 인간의 몸 속에 존재하는 DNA에 오롯이 존재한다는 가능성이었다. 생각해보면 인간이 길고 길었던 사냥과 채집의 시대를 지나, 밭을 일구고 수확의 기쁨을 만끽한 농경 사회를 넘어, 산업혁명의 결과인 근대화를 맛 본 게 불과 200년이 채 되지 않았다. 산업혁명 이후 도래한 ‘혁신’과 ‘발전’의 장밋빛 시대는 인간의 DNA에 각인조차 될 시간이 없었을 지도 모른다.


출퇴근 지하철에서 이 책을 읽으며 ‘진화심리학’적 문제 제기는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주5일제가 도래해 과거에비해 노동 시간이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2030 세대는 굳이 연고도 없는 제주도나 산골로 들어가 살 생각을 할까? 전쟁, 기근과 같은 죽을 고생을 하지 않은 한없이 곱게 자란 세대의 푸념으로만 바라볼 일인지, 구석기와 신석기 시대의 DNA가 오롯이 발현되어 산업혁명의 근대화라는 옷이 어색한 인간의 재등장으로 봐야 할 일인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유독 밤과 깜깜한 공간을 무서워하고 싫어하는 네 살짜리 딸아이가 제 스스로 인식하는 어둠의 존재는 무엇인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사냥과 채집을 하던 시절, 어둠 속에서 큰 동물의 공격을 받은 경험과 그 경험이 주는 두려움이 인간의 DNA에 새겨져 있지는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도 해봤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저 날 닮아서 어둠을 무서워한다고 생각했다.)


문학에서 작품을 분석하는 비평의 방법은 다양하다. 인물을 중심으로 분석할 수도 있고, 사회적 배경 또는 문학 이론에 입각해 바라볼 수도 있다.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을 분석하는 방법 또한 다양하다. 어떤 이들은 현미경을 끌어안고 사안과 상황을 쪼개어 바라볼수 있고, 어떤 이들은 헬리콥터를 타고 하늘에서 좀 더 멀리서 바라보려고 노력할 수도 있다. 진화심리학 역시 인간의 가장 근본적이고 본능적인 행위와 행동을 통해 타인과의 관계, 정치·사회 이슈를 들여다보는 또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한다. 진화심리학에 대입해 바라본 세상에 대한 저자의 생각에 모두 다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코끼리의 발만 본 사람, 귀만 본 사람, 코만 본 사람이 묘사하는 코끼리가 모두 다르듯 인간이 바라보고 진단하는 이슈들이 코끼리보다 훨씬 더 복잡다단하기에 더 멀리서 살펴봐야 하는 망원경 같은 존재도 필요하다는 생각은 늘 해왔다. 70억년 전의 기억을 몸속에 가지고 있다는 인간의 심리와 행동을 연구해 현재 직립보행을 하고 털이 많지 않고, 지역에 따라각기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인간을 이해하고자 하는 그 거대한 망원경이 바로 진화심리학이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최근 읽은 책 중 가장 많은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머릿속을 떠다녔다. 연신‘왜’를 외치게 만드는 글은 참으로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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