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잉맘 일곱 번째 이야기
* 이 글은 그로잉맘에 게재되었습니다.
매일 운동을 한 지 일 년이 훌쩍 넘었다. 작년 초, 마음을 다 잡고 운동을 시작한 이유는 단순했다. 둘째를 낳고 망가진 몸을 회복하고 싶었다. 골반과 등허리에 수시로 등장했다 사라지는 통증을 없애고 싶었다.
한국에서 회사 생활을 할 때 둘째를 가졌다. 뱃속 아이가 자라면서 왼쪽 골반을 지겹게 눌러 의자에 앉아있다 일어나려면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왼쪽 골반에서 울려 퍼지는 통증을 초단위로 느끼며 일어나 걸음을 떼고 움직일 때까지 호흡을 조절해야 할 정도였다. 산과 정기 진료 때 의사 선생님에게 물어봤다.
"왼쪽 골반이 너무 아파서 힘들어요. 왜 이런가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임신하면 다 그렇죠. 아이 낳을 때까지 견뎌야죠 뭐."
간이 덜 된 음식처럼 싱거운 의사 선생님 대답에 왼쪽 골반을 하염없이 주무르기만 하다 진료를 마쳤다.
드디어 아이를 낳았다. 왼쪽 골반 통증은 들쭉날쭉 이었지만 강도는 차츰 잦아들었다. 아이의 배꼽시계에 맞춰 모유 수유를 하고, 하루 온종일 아이를 안고 업었다. 이번엔 등이었다. 찌릿한 불쾌감이 자주 내 일상에 등장했고 그럴 때마다 온몸이 바짝 긴장을 했다. 등 한 구석을 칼에 베이는 고통 같다고 해야 할까. 하루에도 몇 번씩 같은 통증을 마주할 때마다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둘째 아이 첫돌을 맞이하며 모유 수유를 졸업했고 다시 회사를 나갔다. 긴장한 채로 제안서를 쓰고 보고서를 검토하면서 왼쪽 등에 모유 수유할 때와 같은 통증이 찌리릿 흘렀다. 그 길로 회사 근처 헬스장에 등록했다.
몇 달 별 계획 없이 운동을 하다가 코비드로 인해 락다운이 되었고 집에 갇혔다. 집에 갇혀 일을 하고 식구들 식사를 챙기고 아이의 온라인 수업을 도와주고 아이들과 놀아주면서 몸과 마음이 뾰로통 해 질 무렵이었다. 새벽이고 밤이고 아이들이 잠든 틈을 타 몸을 움직였다. 홈트의 대가들을 유튜브에서 만났고 매일 한 시간씩 작고 얇은 요가 매트 위에서 몸을 움직였다.
적도에서 살고 있는 탓에 한번 움직이면 땀이 정말 한 바가지 쏟아졌다. 흐르는 땀이 나의 노력이라는 마음으로 다음 날 있을 운동을 기대했다. 혼자 세팅한 운동 흐름이 지겨워지면 또 다른 홈트 대가를 유튜브에서 찾아 만남을 청했다. 그리하여 요즘은 태양 경배 자세를 30분 동안 하고, 오래 앉아 있었다고 느끼는 날엔 잠깐 일어나 스쿼트를 하고 책이나 신문을 볼 때에는 스테퍼 위에 오른다. 자기 전엔 누워서 복근 운동을 잠깐 하고 허벅지와 등허리 스트레칭을 한다.
이때부터 눈이 번쩍 뜨일 만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하루 이틀 몸을 조금씩 움직이면서 내 몸에 장착되었던 통증들과 어렵지 않게 결별할 수 있었다. 움직이는 시간이 쌓이면서 왼쪽 골반이 불편하다는 생각을 할 새가 없었고, 통증을 업고 살았던 게 내 등이었나 싶었다. 통증을 완화해주는 용한 동작을 한 것도 아닌데 몸은 정직하게 반응해주었다.
몸을 움직여 자체 생산한 체력이 내 몸에 쌓이고, 경직된 근육을 스스로 해결해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던 시간을 일 년 넘게 지속하면서 몸과 마음속 깊숙이 자신감이 붙었다. 그것은 나의 체력과 마음의 단단함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는 자신감, 그리하여 아이들을 마주하는 내 마음을 관리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 힘든 일상을 보낸 날 아이들에게 나의 힘듦을 그대로 표출하지 않고 축적된 체력을 깔때기처럼 활용해 아이들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었다.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구질구질한 생각이 내 몸과 마음에 쌓였다고 느끼면 마치 청소를 하 듯 운동을 한다. 땀이 쏟아지고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게 느껴진다. 큰 호흡으로 몸이 또다시 평정을 되찾을 때에는 언제 그런 스트레스가 있었냐는 듯 편안한 몸과 마음 상태로 돌아온다. 그것도 더 큰 에너지와 함께 말이다.
육아도, 일도, 인생도 오래 달리기다. 오래 달리려면 기초 체력이 필요하다. 게다가 즐겁게 오래 달리려면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체력이 있어야 한다.
몸과 마음의 에너지를 자체 생산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운동이라 믿게 되었다. 세상 모든 엄마들이 밥 하기 전에 운동하는 일상, 일하러 나서기 전에 몸부터 움직이는 시간을 누리기를 간절하게 바라본다. 우리가 짊어진 육아와 일상 유지의 짐이 무거운 만큼, 우리의 몸은 가볍디 가벼워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