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약을 하러 가면 저 멀리 파란색 부표가 줄지어 떠있는 게 보인다. 늘 파란색 부표까지 멀어져서 좌우로 왔다 갔다 하며 카약을 탔다. 부표를 넘어가면 뭔 일이 생길 것만 같고, 무슨 일이 생기면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을 것 같고, 부표까지가 가장 안전한 지역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부표 바로 넘어 바다도 같은 바다인데도 내 마음은 그 너머를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요즘 나는 뭔가 내가 그어 놓은 줄을 넘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조금 미쳐보고 싶고, 내던지고 싶고, 깨고 싶다. 책임, 도리 다 알겠는데 옆으로 밀쳐두고 해보지 않은 것, 가보지 않은 곳, 모르는 영역에 다가가고 싶다.
용기 내어 파란색 부표 넘어까지 카약을 타고 나갔다. 좀 걱정되고 무서웠다. 코어에 힘을 빡 넣고 노를 저어 나가니 바람이 더 시원하게 불어왔다. 뒤를 돌아보니 출발한 곳이 아주 많이 떨어져 있었고 그만큼 더 용기가 생겼다.
오늘 선 하나를 넘었다. 비록 싱가포르에서 말레이시아까지 카약을 타고 간 것도 아니고 그저 조금 더 나아갔을 뿐이다. 하지만 내 마음으로 그어둔 금 하나를 넘었으니 내 세상은 그만큼 넓어졌다.
참,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