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졌다. 하늘에 번쩍 번개가 치고 곧이어 우르르 쿵쾅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이럴 때마다 아이가 깜짝 놀라 달려와 품에 안긴다.
하늘에 번쩍 전기가 지나가고 속으로 하나 둘 셋을 세고 아이의 귀를 살포시 막아줬다. 우르르 쿵쾅 소리가 약해지자 아이는 뒤를 돌아 나를 바라본다. 어떻게 이 무서운 소리가 날 것을 미리 알고 나를 도와줄 수 있었냐는 듯, 마치 내가 원더우먼이라도 되듯 바라본다. 그저 싱긋 웃어주며 괜찮다고 이제 덜 무서울 거라고 등을 쓰다듬어줬다.
생각해보니 엄마랍시고 아이의 두려움을 줄여줄 수 있는 게 이것뿐이다. 하늘이 번쩍 하면 속으로 하나 둘 셋을 외치고 천둥소리가 약해지게 손으로 귀를 막아주는 것.
이 외 아이가 가질 두려움, 걱정, 공포 중 내가 미리 알고 도와줄 수 있는 건 딱히 없어 보인다. 무슨 일이 터지면 오늘처럼 옆에 앉아 있다가 등을 쓰다듬어 주는 정도 외에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