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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맞이한 첫 번째 추수감사절

by 아멜리 Amelie

미국은 11월 24일부터 추수감사절 연휴였다. 어쩌다 보니 남의 나라 명절에 맞춰 이사를 오게 된 셈이다. 추수감사절 당일에는 트위터를 시작으로 싱가포르에서 알고 지낸 언니가 추수감사절 연휴를 잘 지내고 있냐고 물어보며 그 유래를 알려줬다. 처음 미국에 이민 온 사람들이 이맘때 왔다가 겨우내 고생하고 다음 해 이맘때 무사히 이민 일 년을 보낸 걸 감사하며 시작된 거라고…


이 메시지를 보자마자 이건 내 이야기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 옛날 사람들처럼 고생을 하고 추위와 병과 싸우며 겨울을 보낼 정도는 아니지만, 그들이 미국 땅에 온 시점과 비슷한 때에 와서 미국의 봄도 여름도 가을도 아닌 겨울을 보내고 있으니 말이다.


영화나 소설에서나 보고 들은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이 뭔지 궁금해 찾아봤다.



추수감사절의 역사는 1621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 해는 자신들의 종교적 자유를 위하여 영국을 떠난 청교도들이 매사추세츠주에 도착한 해이다. 그러나 혹독한 겨울을 거치면서, 그중 절반 가량이 목숨을 잃게 되자, 청교도들은 주변에 있던 인디언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인디언들은 그들에게 옥수수와 다른 작물들을 재배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다음 해 가을에 많은 수확을 거두게 되자, 청교도들은 감사하는 의미에서 추수감사절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 후 추수감사절 행사는 미국 어느 곳에서나 지키는 전통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 이유는 단지 미국인들이 경제적으로 번영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자유를 위하여 희생을 아끼지 않았던 당시의 청교도들의 의지가 아직도 미국인들의 마음속에 살아있기 때문이다.

추수감사절 저녁에 먹는 음식들은 지금도 과거의 전통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추수감사절 저녁에는 구운 칠면조 요리, 크랜베리 소스, 감자, 호박파이 등을 먹는다. 추수감사절에는 저녁 식사를 하기 전에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함께 한 자리에 모이게 된 것을 감사드리며 자신들이 받은 축복을 감사하는 기도를 드린다.

[네이버 지식백과] 추수감사절 (미국의 공휴일, 2004., 미국 국무부 | 주한 미국 대사관 공보과)



400년 전, 청교도인들은 영국을 떠나 매사추세츠주에 도착했고, 나는 싱가포르를 떠나 매사추세츠주에 도착했다. 미국 독립기념일은 몰라도 추수감사절만큼은 앞으로도 그 의미 그대로 느끼며 연휴를 보낼 것 같다.


연휴 동안 숙소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아웃렛, 홀푸드마켓, 코스트코, H마켓 등을 다니며 앞으로 뭘 사 먹고 살면 좋을지 둘러봤다.


Wrentham에 있는 아웃렛은 우리나라 대기업이 들여온 아웃렛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고, 미국 사람들은 나이키와 게스를 가장 좋아하는지 이들 매장이 가장 붐볐다. 난 룰루레몬 매장에서 50달러에 요가 매트를 하나 샀고, 연휴를 아주 알차게 보낸 느낌이 들었다.


홀푸드마켓은 미국의 각종 유기농 제품을 다 가져다 놓은 듯했고, 샐러드바와 각종 케이크 및 빵이 가장 매력적이었다. 우리 식구들이 케이크를 즐겨 찾았다면 그날 엄청 많은 빵과 케이크를 샀을게다. 하지만 우리 집에는 그 누구도 빵과 케이크를 먹지 않기에 살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배춧국을 먹고 싶어 유기농 배추를 하나 샀는데 12달러였다. 만원이 넘는 배추를 한통 들고 샐러드 바에 있는 음식을 골라 점심을 먹자고 했고, 이것저것 차곡차곡 담은 결과 4인 점심값이 80 달러가 나왔다. 이럴 수가!!! 앞으로 홀푸드마켓에서 음식을 먹는 일은 없을 듯하다.


코스트코는 한국에서 갔던 양재점과 비슷한 느낌이었고, 패키지 자체가 너무 커서 선뜻 뭔가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치약 한 팩(4개)과 딸기, 귤, 포도, 레터스, 와인을 샀다. 와인이 좀 맛날 것 같은데 이번 주는 한번 세게 마셨기에 다음 주에 마셔야겠다.


H 마트는 싱가포르에서 갔던 슈퍼와 비슷했다. 특히 야채 코너가 그랬다. 미국 슈퍼에는 없는 야채들이 즐비했고, 이는 곧 아시아 사람들이 즐겨 먹는 야채가 많다는 것! 수제비를 해 먹기 위해 청경채를 한 봉지 샀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콩나물과 오징어를 샀고, 수육용 돼지고기도 한 덩이 샀다. 한국에서 매일 콩나물국 또는 콩나물 무침을 먹은 아이들을 위해 콩나물을 사러 자주 올 것 같다.


추수감사절 연휴가 끝났다. 보스턴 시내에 있는 바닷가를 걸었고, 하버드대 교정을 걸었고, 지인의 초대로 맛난 수육을 먹고 와인을 마시며 너무나도 흥미진진한 대화를 나눴고, 동네 근처 이름 모를 호숫가를 걸었고, TV에서 크리스마스를 위해 하루에 한편씩 보여주는 영화 중 나홀로집에와 뮬란을 봤다.


내일부터 남편은 다시 출근을 하고 또다시 우리 셋의 생활이 시작된다.

내일은 뭐할까?


하버드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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