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딱지의 절친인 사촌 언니집에 놀러 가는 길이다.
"엄마, 빨리 가자. 언니가 빨리 오라고 했어."
"그래그래. 엄마가 운전 열심히 해서 갈게."
"엄마, 늦으면 안돼. 언니가 싫어해. 늦으면 안돼."
'빨리 가다'와 '늦으면 안된다'는 느낌과 표현 사이를 오가는 코딱지의 올만졸망한 목소리를 들으며 속으로 놀랐다. ('늦으면 안돼'를 말 할 땐 [느즈념 안돼]로 발음한다. 아직 혀가 덜 발달한 모양이다.)
요즘 아이가 내뱉는 단어와 조사와 문장들이 나를 놀라게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인간이 어떻게 언어를 습득하는가'라는 주제의 논문이 있다면 이 아이의 일상을 그대로 담아 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은, 는, 이, 가, 도, 만과 같은 조사 사용에도 능수능란하다. 어름들도 조사의 쓰임을 문법적으로 설명하기란 어렵다. 그저 느낌 충만하게 일상에서 구사했던 대화에서 유추하는 게 전부다.
코딱지는 태어나 지금까지 30개월 동안 어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입술을 바라보고, 그들의 말에 따라 오는 행동을 지켜보며 익혀오고 있다. 단어와 단어를 연결하는 조사도 빠뜨리지 않고 챙겨 들었고, 문장과 문장을 연결하는 연결어도 잊지 않았다. 이렇게 표현하던 말이 저렇게도 표현되고 그들은 비슷한 뉘앙스를 가지는 말들임도 어렴풋이 느끼고 따라했다. 그렇게 듣고 바라본 말들을 제 입술과 목청과 혀로 만들어 뱉어낼 때, 다 큰 어른이 영어를 배우고 외국인과 하는 대화에서 느끼는 성취감과 무엇이 다를까.
아이들은 말을 라며 사람들과 같이 살고 있는 존재감을 느끼지 않을까? 나도 어른인 당신들과 꼭 같이 보고 느끼고 표현하는 사람이니 마른인형처럼 두지말고 당신이 카톡으로 전화로 대화하는 누군가와 동일하게 봐 달라고 말하는 것 같다.
가끔 아이 앞에서 말조심해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는 아이가 말할 때 들어주는 것을 더 잘해야겠다. 아이가 이제껏 듣다가 토해내는 뻘 속 진주같은 말들을 이제 내 귀에 담을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