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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멜리 Amelie Jun 28. 2023

3. 걸어도 걷고 싶은 도시, 파리

아멜리 인 파리 2

어제오늘은 정해진 일정 없이 움직이는 날이었다.  어젯밤에 쓰러져 잤는데 생각보다 너무 늦은 아침 열 시에 일어났다. 최근 몇 년 동안 이렇게 오랫동안 잔 날이 또 있을까. 어제 봐둔 동네에 있는 이용소에 갔다. 집에 있을 땐 몰랐는데 밖에 나와서 보니 남편의 머리가 너무 더벅머리 같아 파리 동네 이용소에서 이발했다. 스타일은 잘 모르겠고 시원해 보인다.


크레프 맛나게 하는 집이 있어 문 여는 시간 맞춰가 크레프를 먹었다. 크레프도 맛나고 샐러드도 신선해 신나게 먹었다. 머무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인 베흐시(Berci)라는 동네에 있는 책방에 갔다. 프낙(Fnac)은 우리나라의 교보문고, 영풍문고 같은 곳이다. 큰 아이가 읽을 만화책 몇 권과 아이들에게 건네줄 일회용 카메라를 샀다. 아이들이 하루에 일회용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집에 돌아와 현상을 하면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 아이디어를 냈다. 내일부터 하루 두 장 사진 촬영 미션 시작!


크레페는 맨날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맛있다.


서점에서 나와 조금 걸으니 바로 옆에 카페와 식당이 모여 있는 곳이 있었다. 커피 한잔하며 쉬었는데 알고 보니 와인 창고를 개조해 샵과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곳이었다. 역시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파리의 성수동 같은 곳이었다. 그 옆으로 공원이 있어 잠깐 산책을 했다. 여행객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동네 공원이었다. 공원을 한참 걸어 다니며 놀다 프란수와 미테랑 대통령 이름을 딴 도서관까지 갔다. (프랑스 대통령 중 가장 자주 들어본 대통령 이름이어서 그의 행적과 무관하게 기억하는 이름이다)


물을 가운데 두고 왼쪽에는 여성이 책을 읽고 오른쪽에는 아저씨가 물에 발을 담그고 씻고 있다.


걸어 가는데 일본인으로 보이는 여성들이 나에게 리옹역으로 가는 길을 물어봤다. 다행히 내가 다닌 길이라 아주 수월하게 길을 알려줬다. 한국 여행객이 일본 여행객에게 프랑스어로 길을 알려주다니, 그녀에게도 동양인 여성이 접근하기 수월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나도 덩달아 안심이 되고, 우리의 어눌한 프랑스어가 빛을 발해 기쁘기도 했다. (나도 보스턴에서 길을 물어볼 때면 주로 아시아 여성에게 말을 걸곤 했다.) 도서관 옆에 한국 식당이 있어 반가운 마음에 식당 이름을 보니 존맛탱…… 아이가 무슨 뜻이냐고 물어봐서 ‘진짜 맛있다는 말인데 안 써도 된다고 부연 설명을 하며, 이런 말은 상호로 안 썼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저녁엔 센느강 위를 떠다니며 관광 명소를 멀리서 바라보는 유람선을 탔다. 강바람을 따라 프랑스 국회의사당, 에펠탑, 노트르담 성당 등을 보는 것도 좋았지만 센느강변에 앉아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 틈에 앉아 같이 와인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연인들이 부둥켜안고 앉아 사랑을 나누는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시원한 커피를 팔지 않는 카페가 대부분이고, 밖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담배를 피우는 게 일상인 여기가 어제보다 덜 어색하다.


밤 열 시에 해가 져서 날이 길어져서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술 마실 시간이 줄어서 아쉽다.

230627


** 길에서 만난 길 이름들

센느강변에 있는 New York 길, 여긴 레스토랑 중에 New York이 있다. 강남에 있는 테헤란로와 비슷하게 도시끼리 뭔가 이름을 나눈건 아닌가 싶다.
잔다르크 길. 우리가 흔히 아는 그 잔다르크가 맞다.
푸랑수와 미테랑 도서관 앞에 있는 시몬 드 보브아르 다리. 프랑스 실존주의 철학가이자 작가

** 길에서 만난 광고


프랑스어에 영어가 섞여 있는 카페라떼 광고이다.

Don't, Little, Crazy 는 영어, 나머지는 모두 프랑스어다. 굵은 글씨 아래 하얀색으로 프랑스어는 따로 표시가 되어 있다.


"당신의 미친 하루 속에 작은 행복을 잊지 마세요"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광고 문구이다. 프랑스어로 써도 될 문장으로 보이는데 영어는 왜 섞어 썼을까? 이 광고 문구를 컨펌한 최종 결정권자의 선택 이유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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