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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멜리 Amelie Jul 01. 2023

6. 매력적인 프랑스 중부 산지

아멜리 인 보줄(Bozouls)

서쪽으로 이동하는 날이다. 숙소가 있는 말헤베(Malrevers)에서 차로 2시간 가량 서쪽으로 달리면 나오는 보줄(Bozouls)에 다음 숙소를 잡았다. 체크아웃하며 집주인 아저씨에게 편안하게 잘 쉬고 간다며 인사를 하고, 에어비엔비 사이트에도 5점 만점에 5점을 주고 장문의 리뷰를 작성했다. 처음 나선 길 위에서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만큼 복된 일이 또 있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일반 국도와 같은 도로로 이동해 주변 경치를 구경하는 재미가 아주 쏠쏠했다. 들판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다 소나무 군락이 등장하고, 두런두런 수다를 떠는 모습으로 모여 있는 소와 말들이 지나갔다.


들판이 끝내 하늘을 만나 탁 트인 광경을 보니 내 마음도 그저 온화해지고 그 덕에 얼굴 주름도 펴질 것 같았다. 이런 들판에서 나고 자라면 옹졸한 마음이 뭔지도 모르고, 미간에 주름이 애당초 생기지 않는 사람이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자, 미간에 힘을 조금 풀고, 입꼬리는 애써 올려보았다.


이동하는 지도를 보니 꽤 커 보이는 동네가 하나 나왔다. 뻬이흐 엉 오브학(Peyre en Aubrac) 에서 프랑스식 오믈렛과 소시지,샤퀴트리(Charcuterie), 바게트, 샐러드 등으로 점심을 먹고 동네를 걸었다.


프랑스의 순례길을 걷는 이들이 잠깐 쉬었다 가는 동네여서 곳곳에서 등짐을 지고 걷는 이들, 휴식하는 이들을 만날 수 있다. 언젠가 나도 저렇게 등짐 하나 지고 순례길을 걷고 또 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들의 발끝을 바라봤다.


동네마다 호텔 드 빌(Hotel de Ville)이라 쓰인 건물이 나오는데 처음에는 동네에서 가장 유명한 호텔이라 생각했다. 건물 앞에 늘 프랑스 국기와 ‘자유, 평등, 박애’가 쓰여 있어 찾아보니 ‘시청’이었다. Hotel과 Mairie(메히, 시청)가 같이 쓰인 경우도 종종 있다.


프랑스 중부 산지의 집은 모두 돌로 지어졌고, 유리창을 덮는 바깥쪽 덮개는 모두 나무이다. 벽 두께가 50센티미터는 족히 넘을 정도로 두껍다. 이런 돌집은 처음이라 바라보기만 해도 그 튼튼함이 몸으로 느껴진다.  



다음 숙소를 잡은 보줄(Bozouls)에 도착했다. 이 동네는 협곡 아래 위에 자리 잡고 있다. 숙소까지 이동하는 내내 감탄을 했다. 사실 숙소를 정할 때 이렇게 수려한, 억겁의 세월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자연환경 속에 있는 곳이라고는 상상을 못 했기 때문이다.


사실 프랑스 중부 산지는 처음 여행하는 곳이라 지역에 대한 정보도 별로 없고, 숙소가 어떻게 생겼는지 상상도 잘 안되었다. 어차피 처음 가는 새로운 동네이기에 모든 상황을 판단하기는 어렵고, 숙소의 좋고 나쁨은 예상하지 않은 반전 또는 즐거움 정도로 남겨뒀다. 그저 이동하는 동선 위에 적당한 가격이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정했다. 다행히 두 번의 숙소 모두 그 지역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곳으로 우리에게 크나큰 즐거움을 선사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저녁을 먹고, 해가 떨어지기 전까지 집 근처를 걸어 다녔다. 요즘 해가 10시는 되어야 떨어져서 여행하기는 참 좋다. (아이들이 일찍 자지 않고 늦잠을 자는 건 문제이지만)


숙소 뒤에 있는 공동묘지에서 300년 전에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이름을 읽고 있으니 기분이 묘했다. 이 사람들도 6월이면 나와 같은 석양을 보고 잠들었겠지.


참, 오늘은 결혼한 지 10년 되는 날이다. 기념으로 레몬 향이 나는 마카롱을 먹었다. 새콤달콤한 맛이 그만이었다. 앞으로도 이렇게 새콤달콤하게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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