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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멜리 Amelie Jul 02. 2023

7. 순례자의 마음으로 향한 꽁끄(Conques)

아멜리 인 꽁끄(Conques)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를 한 곳은 꽁끄(Conques)였다. 꽁끄는 프랑스 순례길을 걷는 이들이라면 한번은 거치는 곳이라는 설명 한 문장을 보고 마음이 동했다.


순례자들이 어떤 마음으로 성지를 순례하는지는 잘 모르지만 인간이 계속해서 걷는 행위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그들이 머무는 곳이라면 뭔가 있을거라 생각했다.


조금 긴 시간을 걸어보면 안다. 몸이 마음에 말을 걸고, 마음이 몸을 다시금 살도록 부여잡는 에너지가 몸속 어딘가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순례자들도 아마 끝없는 길을 걸으며 자신과의 끊임없이 대화하고, 진짜 ‘나’를 찾기 위한 몸부림으로 걸었던 것은 아닐까.


꽁끄(Conques)에 대해 국문으로 정리된 설명은 찾기 어려웠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가지 않는 곳, 사전 정보가 없으니 기대도 하기 어렵다는 것은 대실망 혹은 격찬이 될 가능성이 있었다.


여행에서 이런 기대이상의 결과가 주는 재미가 있어야 그 여행을 선명하게 기억할 수 있는 법!


밤새 비가 오더니 아침에도 보슬비는 그치지 않았다. 비가 내리지 않았다면 보줄(Bozouls)에서 뜀박질했을 텐데, 비가 오는 바람에 산책만 했다. 우중 산책도 매력적이었고, 비가 내린 보줄(Bozouls)은 더 없이 운치 있었다.


꽁끄에 도착하자마자 사진작가들의 전시장에 들렀다. 세 명의 사진작가가 꽁끄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진행하는 전시였다. 흑백 사진을 전문으로 촬영하는 작가와 대화하기 시작했다. 어디서 왔냐고 물어 한국인인데 보스턴에서 왔다고 했고, 그는 다음 달 뉴욕에서 전시한다고 했다. 다음 주에는 아를(Arles)에 있는 사진 전시를 보러 갈 거라 했고, 그는 내년에 그 전시에 작품을 전시한다고 했다.


그를 비롯한 다른 작가들의 촬영 방법과 의도 등에 관해 설명을 듣고, 작품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전시장에서 프랑스 사진작가들과 프랑스어로 대화를 나누다니!



사진작가의 작품 이후 현지 도예가들의 작품도 볼 수 있었는데, 여성 도예가와도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여행하면서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즐기는 편인데, 작품 활동을 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눠 더 없이 좋았다.  작품에 애정이 있는 예술가들과 짧게라도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창작에 대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어 매력적인 순간이다. 나에게 프랑스어를 잘한다고 칭찬해 줘서 고맙기도 했다.


꽁끄는 산속에 자리 잡은 아주 앙증맞은 도시이다. 1800년대 초반에 형성되기 시작했고 중세 프랑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어 흥미로운 곳이다. 이곳에 있는 생 포이(Sainte-Foy)의 애비 교회(Abbey Church)는 성 제임스(St. James)의 길을 산티아고 드 꽁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로 여행하는 순례자들에게 인기 있는 정류장이었다.

* 생 포이(Sainte-Foy)는 로마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의 박해를 받은 12세의 젊은 기독교인이다.



교회 앞 크레프 식당에서 잠봉(햄), 에멍탈 치즈, 계란이 든 크레프를 점심으로 먹고, 교회를 둘러보고, 중세 시대를 상상하며 동네를 걸어 다녔다. 비가 보슬보슬 내리고 운무가 산 중턱에 걸려 있는 전경이 그림보다 더 아름다웠다.



꽁끄를 떠나 바로 옆 동네인 세네흐그(Sénergues)에 있는 성(쌰또, château)에 갔다. 세네흐그 성은 14세기에 지어진 성으로, 현재는 가족이 성을 관리하고 있었다. 성이라고 하면 그 지역 영주가 살거나 머무는 곳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성은 전쟁이 터졌을 때 그 지역 주민들이 대피하고, 적에 맞서 싸우는 곳이었다. 특히 세네흐그 성은 영국과의 백 년 전쟁 때 활용이 된 곳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왕이 사는 곳은 팰러스(Palace), 프랑스어로 빨레(Palais)라 부르고, 적의 침입을 막는 곳은 성, 캐슬(Castle), 프랑스어로 샤또(château)라 부른다는 것을 새삼 정리할 수 있었다.


성 내에도 들어갈 수 있었는데 돌로 지어졌고, 밖을 내다볼 수 있는 창문도 없고, 계단은 오르내리기 어려운 수준으로 좁았다. 이 모든 게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한 방편이라는 설명을 닫고 보니 이해가 되었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라는 게임이 있는데 거기에 등장하는 성이 딱 이런 성이라는 생각에 이르자 이해가 훨씬 쉬웠다.


프랑스에 있는 성은 대부분 개인 소유이고, 가족이 관리하며 여행객들에게 공개 또는 여행객 숙소로 활용하거나, 개인이 별장 용도로 활용한다고 했다. 유지비가 상당해 현재 세네흐그 성을 관리하는 가족도 고민이 많다고 했다.


 

중세 시대의 프랑스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수퍼에서 밀가루를 사와 수제비를 끓여 먹었다. 하루 종일 비가 보슬보슬 내린 날 수제비 국물은 밥 다운 밥을 먹었다는 만족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제격이었다.


내일은 남프랑스로 이동한다. 앞으로 만나게 될 프랑스는 지금까지 만난 그것과 또 얼마나 다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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