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멜리 Amelie Jul 03. 2023

8. 햇살부터 다른 남프랑스, 렁베(Lambesc)

아멜리 인 렁베(lambesc)

보줄(Bozouls)을 떠나 남쪽으로 이동했다. 오늘은 4시간 가까이 차로 움직이는 날이다. 작은 마을들을 지나며 한참동안 산등성이를 굽이굽이 내려왔다. 소와 염소가 사는 산비탈을 지나 2시간 가까이 달려 몽펠리에(Monpellier)에 도착했다.



코메디 광장(Place de la Comedie)에서 밥을 먹고 프랑스 사람들처럼 에스프레소 한 잔씩 후식으로 마시고 다시 길을 나섰다.



길 가에 사이프러스 나무와 포도밭이 등장하는 것을 보니 프랑스 남부에 온 게 실감났다. 중부 산지보다 훨씬 더운 날씨에 괜히 설렜다.


에어비엔비 숙소 주인에게 열쇠를 받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남프랑스 사투리가 느껴졌다. I’m fine을 프랑스어로 Bien 인데 위쪽은 ‘비앙’이라 발음하는데 여기서는 ‘비앵’이라 한다. 다행히 숙소를 잡은 동네도, 숙소도, 주인장 아저씨도 모두 마음에 든다.


카지노(Casino)라는 대형 수퍼가 있어 돼지고기와 야채를 사외 구워 먹었다. 이 슈퍼는 신기하게도 일요일 밤 12시 30분까지 술을 팔지 않는다. 직원에게 이유를 물어봤지민 회사 정책이라고만 했다. 프랑스 여행하며 처음으로 와인을 마시지 않은 저녁이었다.


이동하면서 계속 김환기 에세이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를 읽었다. 김환기 화가가 뉴욕과 파리에서 체류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나의 여정과 비슷헤서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이 책을 골랐다. 한국 전쟁 직후에 남긴 글을 보면서 예술가의 삶은, 계속해서 창작을 하는 인간의 욕구를 만져보는 느낌이 든다.



프랑스에 있는 건축가 김중업에게 보낸 편지에 보면 아내 김향안 여사가 불란서에 한번 가보자고 한다며 거기는 살기 어떠냐고 묻는다. 우리 미술사가 가진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한국을 벗어나 새로운 세상과 교류할 때 화가는 끊임없이 그릴 수 있다는 김환기의 말에 나도 그러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밑줄을 그었다. 오늘은 계속 이동만 하느라 특별한 일정은 없었지만 대신 화가 김환기의 글에 온마음을 빼았겼다.


수많은 예술가들이 머물렀던 프랑스 남부에서 이렇게 화가의 글을 읽으며 감탄을 했다. 이것도 여행이 주는 우연하고 명랑한 만남이다.


이제 프랑스 남부 여행 시작이다!


덧. 약국에 가면 머릿니 박멸 코너가 따로 있다. 우리 어린이가 프랑스 학교 다닐 때 늘 친구들을 통해 집에 가져온 머릿니…… 프랑스 사람들 머릿니 많긴 한가보다.

 

매거진의 이전글 7. 순례자의 마음으로 향한 꽁끄(Conques)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