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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멜리 Amelie Jul 05. 2023

9. 예술을 하고싶게 만드는 도시, 아흘르(Arles)

아멜리 인 아흘르(Arles)

아흘르(Arles)를 가기로 하고 이런 저런 정보를 찾아보니 오늘이 아흘르 국제 사진전(Les Rencontres de la Photographie)이 열리는 첫 날이었다. 프랑스에는 도시 별로 각종 축제가 열린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축제가 열리는 당일 그 도시에 온 것은 처음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티켓을 사서 갤러리를 다니기 시작했다.


대형 박물관이나 미술관 한 곳에서 전시가 열리는 게 아니라  아흘르 도시 곳곳 크고 작은 공간에서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다. 지도를 펼쳐놓고 작가의 이름과 장소를 파악하고 이동한다. 마치 주사위를 던지고 말을 옮기며 게임을 하듯 다니는 재미가 쏠쏠했다.



아는 사진작가는 하나도 없었지만 오랜만에 사진전을 관람하니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나와 동시대를 살고 있는 작가들이 뷰파인더로 들여다본 세상을 마주하며 창작자들의 영혼이 궁금해지고, 그들의 생각과 이야기가 더 듣고 싶었다.


새로운 곳을 여행하는 즐거움이 메인 요리라면 이렇게 창작자의 작품을 즐기는 기쁨은 맛있는 와인 한 잔이 아닐까!


아흘르는 그 자체로도 멋이 있는 도시이다. 피카소가 머물며 작품 활동을 한 곳이고, 12세기부터 형성되어 중세 도시의 역사를 곳곳에서 느낄 수 있고, 아흘르를 흐르는 론강(Rhone) 이 운치를 더하는 곳이다. 남프랑스 여행이 처음인 남편의 반응을 보니 아흘르는 진하게 감동할 수 있는 곳이라는 게 분명하다.


작가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가는 두 명이다.  Saul Leiter, Nicole Cravier.


사울 레이터(Saul Leiter)는 1923년 피츠버그에서 태어나 2013 뉴욕에서 세상을 떠난 미국 작가이다. 생존하지 않는 작가이기에 안 모린(Anne Morin) 이란 큐레이터가 전시를 맡았다.


그가 사진에 담은 뉴욕은 어수선하고 흐트러져 있다. 하지만 초록색 덤불 속 빨간 산딸기처럼 선명하게 드러나는, 혹은 들여다보고 싶은 뭔가가 있다.



니콜 크하비에(Nicole Cravier)는 1949년생인데, 1970년대의 색감이 느껴지는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오래된 사진에서 느껴지는 색감이 매력적이었고, 표정이 없는 모델들의 얼굴이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작가가 셔터를 누르는 순간 어떤 생각을 했을까?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는 사진을 보고있으니 이야기책을 읽고 있는 느낌이 든다.



난 사진의 구도는 잘 볼 줄 모른다. 좋은 사진과 나쁜 사진을 구분하는 눈도 있는지 잘 모르겠다. 다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사진이 좋다.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사진이 어떤 사진인지 생각해 본다. 인물의 표정들이 살아 있거나, 배경에서 포착할 수 있는 상황이 있어 마음이 동하는 사진, 대상과 대상의 조합이 대조적이거나 혹은 너무 잘 어울리는 사진이 그런 사진들이다.


온종일 2만 보 가까이 걸어 다니며 사진만 보다가 레스토랑 곳곳에서 파티를 즐기는 인파 사이에서 저녁을 먹으며 페스티벌 분위기를 즐겼다.


페스티벌에 참가한 포토그래퍼, 행사를 준비한 담당자, 참관객 모두 아름다운 도시 아흘르에서 얼마나 멋진 시간을 보내게 될까. 내가 여기 있었디는 것만으로 더없이 신난 하루였다.



그리고 이곳을 찾은 이들의 패션 스타일에 또 한 번 놀랐다. 다들 느낌있고 멋지게 차려입고 삼삼오오 모여 사진 이야기를 나눈다. 내가 조금이라도 사진을 알았다면 누구보다 앞장서서 이야기를 나눌 텐데!


페스티벌 현장에서 사진을 보면서 창작자와 창작행위, 창작의 결과물, 그 결과물을 즐기는 사람들, 즐기는 분위기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나도 무엇이든 창작하고 공유하는 이들이 만든 공간에 더 자주 가겠다 마음 먹는다.


내년에는 락페스티벌을 가자! 일단 코첼라부터!


*아흘르에는 피카소가 머문 공간이 많다. 카페와 정원 등 반고흐 그림에 등장하는 곳도 방문했다.

**참, 아침애는 가볍게 6km를 달리고 갓구운 바게트를 사와 맛나게 먹었다.


2023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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