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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멜리 Amelie Jul 11. 2023

12.  자연이 만든 파란색 그라데이션을 품은 지중해

아멜리 인 멍똥(Menton)

숙소가 있는 렁베(Lambesc)에서 동쪽으로 이동해 모나코 위에 있는 보솔레이(Beausolei)로 왔다. 보솔레이는 ‘아름다운 햇살’이란 뜻을 가진 도시이다.  아이들은 욕조에 물 받아놓고 놀고 난 김환기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를 다 읽었다. 마음이 먹먹하다. 김환기의 그림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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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베란다에서 모나코도 보이고 지중해도 보인다. 지중해를 이렇게 바라볼 수만은 없기에 물놀이하러 멍똥(Menton)으로 나섰다. 멍똥은 니스에서 이탈리아 방향으로 달리면 나오는 작은 도시이다. 해변에 도착하니 벌써 비치파라솔을 설치하고 비치타월을 깔아두고 태닝을 하거나 물에서 노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도 서둘러 자리를 잡고 물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큰 어린이는 수영을 배우기도 했고, 바다도 좋아한다. 오랜만에 만난 여름 바다를 아주 적극적으로 즐기며 파도를 탄다. 반면 작은 어린이는 바닷속에 떠다니는 미역 줄기(?)도 싫어하고, 가끔 눈에 띄는 물고기를 무서워한다. 이런 아이를 안고 물속에서 놀다 발바닥이 바위에 아주 심하게 긁히고야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혼을 발휘해 해가 떨어질 때까지 놀았다.


난 물놀이도 좋아하지만, 햇살 아래 누워 있는 것을 더 좋아한다. 피부를 까맣게 그을리는 것에 대해 별걱정이 없고, 오히려 까무잡잡한 피부를 좋아하기에 햇살 아래 널브러질 수 있는 여름을 손꼽아 기다렸다.


물속에서 잘 노는 아이들이 물 밖에서도 잘 논다. 조약돌로 좋아하는 동물을 만들고, 물놀이 도구를 가지고 게임을 만들어 놀고, 그러다 한 번씩 멍하니 바다를 바라본다. 아이들이 노는 사이 난 책을 읽고, 아이들의 움직임을 눈으로 쫓아다니다 아이들의 시선을 따라 나도 덩달아 바다를 바라본다. 아이들에게 이 바다는 어떤 기억으로 자리 잡을지 궁금하다.  



바다, 조약돌, 햇살, 이 모든 것이 살아 있는 장난감이다. 아이들은 온종일 지치지도 않고, 지겨울 틈도 없이 놀았다.


프랑스의 바다는 여유가 있고 자유롭다. 바다에 둥둥 떠다니는 물놀이를 하다가 다들 뭍으로 올라와 비치타월에 누워 태닝을 한다. 책을 보기도 하고 그냥 자는 이들도 있다. 왁자지껄 음식을 펼쳐놓고 먹는 이들도 없고, 파도 소리가 크게 들릴 정도로 다들 고요하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작은 조각의 비키니를 입고, 몸을 드러내는 것에 주저함이 없다. 심지어 브래지어를 벗어 던지는 이들도 있으니 그 자유로움은 말할 것도 없다.


아이가 묻는다.

“엄마, 여기는 왜 브래지어를 안 해?”

내가 답한다.

“찌찌도 몸의 일부잖아. 가슴을 드러내는 거에 주저함이 없는 사람은 브래지어를 벗을 수 있고, 브래지어를 하고 싶은 사람은 하면 되고. 자기 몸에 대해 자유가 있고, 사람들은 다들 자연스럽게 그걸 받아들여.”


그리고 또 하나. 프랑스인들은 담배와 흡연자에게 너그럽다. 카페에서도 길거리에서도 다들 담배를 피운다. 해변도 예외가 아니다. 대신 휴대용 재떨이는 잘 가지고 다닌다. 바람에 떠다니는 담배 냄새가 역겨웠는데 며칠 이렇게 살다 보니 이러나저러나 싶다.



지중해 바다는 다섯 가지 정도로 파란색이 그라데이션 되어 보인다. 뭍과 가장 가까운 곳의 바다 색깔은 속이 투명한 하늘빛에 가깝고, 깊은 바다로 갈수록 짙어지다 못해 검다.


색을 따라가며 먼바다에 눈길이 닿을 때쯤 바다 건너에 또 다른 대륙이 있다는 것을 떠올리고 이내 그 대륙에도 한번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같은 바다를 품고 있지만 사는 방식이 이곳과 다른 곳. 세상은 넓고 아직 내 발길이 닿은 곳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이르자, 갈 수 있는 곳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는 생각에 괜히 설렌다.  


클레어 키건의 <맡겨진 소녀>를 다 읽었다. 글을 따라 가면 저절로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진다. 주인공들의 대화에 담긴 그들의 마음이 곁에 앉은 사람들의 마음처럼 느껴진다. 글을 참 잘 쓰는 작가를 만났다. 클레어 키건의 다른 글도 찾아 읽고 싶고, 아이들이 자라면 <맡겨진 소녀>를 같이 읽고 싶기도 하다.



멍똥(Menton)의 지중해는 동글동글한 발음처럼 기분 좋은 기억으로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하루 잘 놀았다!


2023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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