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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멜리 Amelie Jul 11. 2023

13. 전 세계 여행자가가 모이는 니스와 에즈

아멜리 인 니스(Nice & Èze)

샤갈 박물관에 가기 위해 숙소에서 20분가량 달려 니스로 향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니스 박물관 개관 50주년을 맞아 기획전이 열리고 있었다. 게다가 입장도 무료였다.


몇 해 전 한국에서 샤갈 전시를 보러 갔던 기억이 났다. 주말 전시장은 인산인해였고, 까치발을 해야 간신히 그림을 볼 수 있었다. 샤갈의 이름을 건 박물관에 샤갈의 작품이 생각보다 많지 않을 것을 보니 전 세계 박물관과 갤러리에 퍼져 있는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기획전을 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샤갈 박물관 개관 50주년을 맞이해 총 네 가지 기획전이 열리고 있었다.



첫 번째 기획전은 일러스트레이터 송경아 작가가 샤갈의 작품에서 모티브를 얻어 작업한 일러스트였다. 한국 작가를 샤갈 박물관에서 만나서 기뻤고, 작가의 그림도 인상적이어서 관람이 더없이 즐거웠다. 아이들에게 한국 작가가 해석한 샤갈의 작품이라고 소개할 때 나도 모르게 뿌듯하기도 했다. (해외에 살다 보니 가끔 맥락 없이 애국자가 되곤 한다.)



두번째 기획전은 조향 전문가 장 클로드 엘레나(Jean-Claude Ellena)가 샤갈의 작품을 모티브로 향을 만들어 그림과 함께 향을 감상하는 컨셉이었다. 사랑이 주제인 붉은 계열의 작품과 장미 향이 절묘하게 어울렸고 오감이 깨어나는 느낌이었다.


특히 향을 좋아하는 큰아이는 다섯 가지 향을 음미하느라 공간을 떠날 생각을 못 했고, 덩달아 나도 향에 취했다. 프랑스의 조향 기술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만큼 향을 그림과 접목하는 작업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림과 향의 만남을 주제로 한 전시는 처음인 나에겐 아주 신선했다.



세 번째 기획전에서 글을 쓰는 작가 프레드릭 보이에(Frédéric Boyer)와 일러스트레이터 세르지 블로쉬(Serge Bloch)가 작업한 성경책을 만날 수 있었다.


프레드릭과 세르쥐는 그들의 감각과 색깔을 담은 성경을 제작했고, 태초에 하느님이 7일 동안 세상을 만들었다는 창세기의 한 장면을 볼 수 있었다. 그림은 유쾌했고, 글은 경쾌했다. 그들이 작업한 성경(Bible)을 한 권 사 오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지만 벽돌만 한 두께였기에 박물관에서 보는 것에 만족했다. 샤갈의 작품에서 성서와 관련된 주제를 살펴볼 수 있기에 이들이 작업한 성경이 전시되는 게 아닌가 싶었다.



네 번째 기획은 일리아 오소킨(ilia Osokin)이라는 음악가의 음악 공연이었는데 일정이 맞지 않아 공연을 볼 수는 없었다.


남프랑스에는 지역의 박물관과 전시장을 비롯해 여러 화가의 작품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많다. 현지에서 활동하는 현역 작가들의 작품 전시장을 포함하면 온종일 그림만 보고 다녀도 시간이 모자랄 정도이다.


남프랑스로 진입하며 사이프러스 나무를 보고는 나도 그림을 잘 그리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정도이니, 당대 최고의 화가들에게 이곳은 작품 활동을 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 아니었을까?


니스 항구에서 출발해 인근을 투어하는 배를 탔다. 니스 해변의 절벽 위에는 부자들의 여름 별장이 모여 있고, 화려하고 근사한 보트들이 니스 앞바다에 둥둥 떠 있었다. 빌 게이츠 별장도 있다고 하니 여름이면 세상 부자들이 모두 니스에서 와인 한잔하겠구나 싶었으나 별 관심 없는 주제라 먼바다만 하염없이 바라봤다.


바다 끝에 닿으면 낭떠러지처럼 떨어질 것만 같은데 그 옛날 사람들이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상상하면서 말이다.


니스 옆에 에즈(Èze)라는 아주 작은 도시에 있는 에즈 빌라지(Èze village)를 찾았다. 해변에 위치한 절벽 위에 지은 작은 마을인데 돌바닥과 돌로 지은 아기자기한 건물들을 구경하며 산책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절벽을 활용해 성을 쌓아 올리며 지어진 곳이기에 좁은 골목을 오르고 내리면 마치 미로 속을 탐험하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선인장으로 장식된 정상에 오르면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나온다.


배를 타고 본 바다, 해변에 앉아 본 바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바다 모두 하나같이 멋지다. 지중해 바다를 눈과 마음에 꼭꼭 눌러 담고 내려오니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 럭셔리 호텔과 레스토랑이 있어 저녁 시간이 되자, 고급차들이 줄지어 올라왔다. 덕분에 슈퍼카 구경은 덤으로 한 셈이다.



2023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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