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의 힘

선릉역에서

by 아멜리 Amelie

지하철 역사에서 길을 잃고 헤맸다
출구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가까스로 지상을 향하는 계단을 오르며
귓가에 흐르는 노래때문인지
머릿속에 흐르는 생각때문인지
내 20대 출구는 무엇이었나 그려본다

내 20대 출구는 너였다

빛이 들지 않는 작은 방에 몸을 구겨넣어도
아무도 읽어주지 않는 이력서를 빼곡히 채워도
무한히 넓은 하늘과 걸을 곳 천지인 땅이 우리편이 아니냐며 웃었다

그 웃음은 얼굴에 주름으로 기억되었고
20대는 막차를 타고 가까스로 빠져나왔다

난 웬디 할머니처럼 손가락 마디부터 늙을 것이고
넌 피터팬처럼 네버랜드의 하늘을 날고 있다

시간과 공간이 모두 정지한 순간 너를 만나
너의 얼굴을 어루만지고
너의 콧등을 부비고
너의 숨소리를 듣고
귓속말로 전하고 싶다.

내가 여기 잘 걸어가고 있다고
뾰족구두를 신고 또각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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