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의 힘

지하철 2호선

by 아멜리 Amelie

서울을 하염없이 뱅뱅 도는 지하철로 알려진 2호선. 2호선에도 성수역이 마직막 역인 지하철이 있다. 가끔 어디가 종착역인지 확인하지 않고 지하철에 올랐다가 성수역이 종착지라는 안내방송을 듣는다. 기관사 아저씨가 직접 하는 방송에는 행여나 승객들이 지하철 갈아타는 것을 잊을까 우려하는 마음과 자는 승객을 흔들어 깨울 수 없는 까닭에 그의 귓전에 닿기 위한 애절함과 운행의 마지막에 드디어 다다랐다는 안도감이 느껴진다.

사람들이 모두 내리면 곧 지하철 형광등도 제 할 일을 다했다며 딸깍 하고 꺼진다. 2호선은 지상철이라는 생각에 소등 풍경은 자못 어색하다. 사람들이 다 내렸는지 확인하고 나면 기관사는 텅 빈 지하철을 끌고 쉬는 곳으로 향한다. 수백명씩 싣고 다니다가 텅 빈 객차를 끌고 가면 솜사탕만큼 가볍다는 느낌이 들까. 기어를 바꿀 때 힘도 덜 들어가고 긴장 탓에 딱딱했던 어깨도 힘 뺄 준비를 하겠지. 이것이 퇴근길인지 잠깐의 휴식을 향한 길인지 알 수 없으나 누군가의 가벼워 보이는 길에서 왠지 모를 안도감이 든다.

노동의 댓가는 돈뿐만이 아니다. 일하는 내내 긴장한 마음을 쨍쨍 비추는 태양 아래 널어두고 말리기도 하고, 칼칼한 목구멍에 찬 물 한컵 졸졸 흘려보내는 시간이 수고로운 일을 한 댓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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