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새하얀 할머니가 머리가 새까만 할머니와 팔짱을 끼고 걸어간다. 누가 엄마이고 누가 언니인지 저 둘의 관계는 뒷모습만으로 알 길이 없다. 머리 색깔은 마음만 먹으면 이십대도 회색으로 바꿀 수 있고 백살 할머니도 검디 검은 머리를 얻을 수 있다.
정수리가 훤한 할아버지가 정수리가 드러나기 시작하는 할머니의 손을 잡고 어린 아이처럼 한걸음 한걸음 세심하게 내딛는다. 에스컬레이터를 내려갈 때 정수리가 밝은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손을 끌어 먼저 타게 배려했다. 두 사람의 정수리는 모여서 더 밝아졌다.
요즘 들어 늙음이 자주 눈에 띈다. 늙음들이 내보이는 둥그런 어깨를 토닥여주고 싶다. 눈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 나도 늙어가고 있다.
엄마가 주왕산에서 사온 말린 취나물로 반찬을 해주고 갔다. 뜨거운 밥 한 덩이에 들기름 잔뜩 뿌리고 취나물 반찬 쫑쫑 썰어 비벼 먹어야겠다.
늙은 엄마가 해 준 반찬을 늙어가는 딸이 꼭꼭 씹어 먹을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