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같은 일상이 펼쳐지길 기대한다면, 음악이 답

음악 읽어주는 아멜리 No.10

by 아멜리 Amelie
Coldplay - Every Teardrop Is a Waterfall

2018년 8월 20일에 작성된 이야기입니다.


주중엔 어김없이 삼시세끼를 집에서 해 먹는다. 온식구(라고 해봤자 숟가락 들고 밥먹는 사람은 셋뿐이지만)가 둘러 앉아 먹는 저녁 식사를 제일 많이 신경 쓴다. 타지 생활하면서 아프기라도 하면 몸과 마음이 모두 힘들어지기에 영양과 맛을 같이 생각한다. 이왕이면 입에 맞는 한국음식을 해먹으려 애쓴다.(애를 쓰는데 애쓴만큼 맛이 안날 때가 더 많은건 시간이 해결해줄까 싶다) 아침엔 아이와 함께 볶음밥이나 빵, 과일을 먹고 점심엔 혼자서 전날 먹고 남은 음식을 다시 조리해서 먹어치운다. 외국에서 살림을 살아서인지, 오랜만에 집에서 오롯이 시간을 보내며 살림을 해서인지 남은 음식을 버리기가 너무 아깝다. 재료가 넘청 비싼 것도 아닌데 아마 음식을 하면서 같이 쏟은 나의 애정과 열정이 아까운 탓이리라.


식구들이 둘러 앉아 고단한 하루동안 있었던 일을 조근조근 이야기하며 먹을 저녁밥을 준비한다. 국물이 먹고싶은 날은 국수나 수제비를 끓이고, 고기가 먹고싶은 날은 소고기 덮밥이나 닭볶음을 한다. 가끔은 느끼한 스파게티도 해먹고 모닝글로리 볶음같은 이곳 음식도 도전한다. 어떨 땐 지나치게 무모한 도전을 하다가 망쳐서 다 갖다 버리고 사먹으러 나가기도 한다.


하루 세번, 일주일이면 스물한번, 한달이면 구십번, 일년이면 천팔십번 먹는 게 ‘밥’이다. ‘밥’이라 말하지만 매반 흰쌀밥만 먹을 수는 없다. 지겹거나 색다른 맛을 느끼고 싶거나 가끔은 꼭 먹어줘야 하는 음식이 있으니 말이다.


음악 읽어주는 아멜리 연재를 오늘로 꼭 열번째다. 음악도 밥처럼 하나만 고집할 수 없기에 열번째는 조금 다른 음악 이야기를 할까한다.


2016년 12월, 음악 사이트에서 큐레이션 해주는 노래를 듣다가 귀가 멍해지고 머리가 하얘지는 노래 하나를 듣게 되었다. 아티스트 이름을 봤다. 제목을 보고 가사를 훑어보았다.


Every teardrop is a waterfall”


제목부터 멜로디까지 모든 게 매력적이었다. 가사 내용은 심금을 울리기에 딱 좋았다. 가히 신세계였다.


Maybe I'm in the black, maybe I'm on my knees

지금 내가 있는 곳이 어둠일 수도 있고, 바닥일 수도있겠지만


Maybe I'm in the gap between the two trapezes

공중그네 사이의 허공에 있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But my heart is beating and my pulses start

내 심장은 뛰고 맥박도 뛰기 시작했어


Cathedrals in my heart

마음 속엔 대성당을 품고 있거든


As we saw oh this light I swear you'll

이 빛을 함께 봤으니


Emerge blinking into to tell me it's alright

분명 네가 내게 다 괜찮다고 말하기 위해 눈을 깜박이며 일어서겠지


As we soar walls, every siren is a symphony

벽을 박차고 날아오를 때면 사이렌 소리들도 모두 교황곡이 돼


and every tear's a waterfull

그리고 눈물은 모두 폭포수가 되는거야


So you can hurt, hurt me bad

상처 줘도 괜찮아


But still I'll raise the flag

그래도 난 깃발을 들고 일어설테니


It was a waterfull

그건 폭포수였어


Every teardrop is a waterfall

눈물은 모두 폭포수가 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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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플레이(Coldplay)의 ‘every teardrop is a waterfall’이었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집과 회사를 오가는 지리멸렬한 시간에 콜드플레이는 나를 거대한 평야로, 하늘로, 우주로 데려가주었다. 피터팬에 나오는 웬디가 내 어깨 위에 살포시 내려 앉아서는 "세상을 다시 봐, 네 생각보다 세상은 넓고 깊어. 우린 먼지 같은 존재일 수 있지만 어쨌든 우린 우주에 포함되어 있어. 멀리 날아가보자. 훨훨." 이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출퇴근 덜컹이는 지하철에서 헤드폰을 타고 흘러나오는 콜드플레이의 노래 모두가위로와 탄식, 에너지와 열정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인간의 희노애락과 세상의 누추함과 밝음이 노래에모두 담겨 있었다. 가사도 멜로디도 뭐 하나 빠질 게없다는 생각에 천재적인 아티스트가 아닌가 생각하고 감탄했다.


어느날, 주말 내내 아침부터 밤까지 콜드플레이 노래를 들으며 춤을 추고 청소를 하고 책을 읽는 나를 보던 함께 사는 남자가 심드렁한 눈으로 콜드플레이를 이제 알았냐고 물어봤다. 누구나 아는, 아주 유명한 그룹이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콘서트 티켓팅 사이트가 마비 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던 아티스트가 콜드플레이였다는 사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 땐 몰랐고 지금 알게된 주인공이 콜드플레이였다.


그때부터 굉장히 신기한 경험을 했다. 라디오를 켜면 콜드플레이의 노래가 나오고, 커피를 마시러 카페에 가면 콜드플레이 노래가 흘렀다. 모든 앨범을 매일 매일 들었기에 왠만한 노래는 다 아는 정도가 되었다. 마치 수능 단기 속성반에서 3개월 빡세개 공부하는 학생처럼 콜드플레이의 노래에 집중했다. 유명한 곡은 제목 매칭도 가능했고, 유명하진 않지만 혼자 좋아하는 노래도 두어개 생겼다.


그 때쯤 카톡을 주고 받던 후배를 만나 저녁을 먹는데 콜드플레이 콘서트 이야기가 나왔다. 콜드플레이를 좋아했지만 이미 콘서트 티켓 판매는 끝난 상황이었기에 콘서트를 갈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은 때였다. 후배의 친구는 콜드플레이 티켓을 그냥 샀고, 지금은 팔려고 한다는 말에 동공이 확장되며 콜드플레이와 나의 만남은 운명이 아니었을까 하는생각을 했다. (심지어 스탠딩으로 자리도 아주 좋다고 했다.) 공연은 2017년 4월 16일이었고, 세월호 3주기이기에 콜드플레이가 세월호와 관련된 뭔가를 하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도 나눴다. 그리고 그 티켓은 내가 가지기로 했다.


그렇게 4월이 왔다. 4개월 정도의 짧지만 강렬한 연애를 한 남자와 결혼식장 버진 로드를 걷는 느낌으로 콘서트를 갔다. 함께 사는 남자와 나란히 워커를 신고 영국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이라도 가는 마음으로 향했다. 맥주 한 잔 마시고 들어갔으면 좋았을텐데 우리에게 콘서트는 연례행사와 같아서 소소하게 즐기는 방법까지는 익숙하지 않았다. 촌스럽고 어색한 모습이어도 열정 하나만큼은 20년짜리 묵은지 같은 팬들 못지않다고 자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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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플레이가 무대에 등장했다. 눈물만 흘리지 않았지 내 심장곽 맥박은 최고치를 갱신했고, 무릎 관절의 미래 따위는 걱정도 하지 않고 하늘을 향해 오르듯 뛰고 또 뛰었고, 목이 터져라 노래를 따라부르고 하늘을 향해 함성을 질렀다.


가끔 누가 느닷없이 ‘뭘 좋아하세요?’라고 물어볼 때가 있다. 어떤 음식, 어떤 사람, 어떤 취미처럼 구체적으로 좋아하는 사물이나 대상을 묻는 게 아니라 두루뭉실하게 좋아하는 게 뭔지 묻는 질문. 늘 나의 답은 정해져있다.


하늘 나비 새 우주 자유


콜드플레이 노래를 들으며 음악 속에 내가 좋아하는 요소가 모두 들어있다는 생각을 했다. 공연을 보면서도 비록 스탠딩으로 사람들 사이에 마른 가지마냥 끼여서 반경 30센티미터 정도 되는 땅뙈기에서 방방 뛰고는 있지만 마음만은 하늘을 통과해 우주를 향해 날아간다는 느낌이었다. 그들이 이토록 좋았던 이유는 막연히 내가 좋아하는 요소들을 가사와 멜로디로 풀어내고 현장에서도 그런 요소들을보여주는 영상과 장치를 사용했기 때문이 아닐까.


콘서트를 다녀온 후부터 일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집에선 여전히 콜드플레이 인기가 높다. 아이에게 아침밥을 줄 때에도, 저녁에 샤워를 할 때에도, 주말에 집에서 널부러져 놀때애도 우린 콜드플레이를 듣는다. 어느 날 아이가 함께 사는 남자의 핸드폰에서 흘러 나오는 콜드플레이 노래를 듣고 '엄마 노래'라고 했단다. 내가 얼마나 좋아하고 애정하는 지 아이의 말 속에서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콜드플레이를 좋아하고 난 후 새로운 꿈이 생겼다. 해마다 6월이면 영국 런던 인근에 열린다는 ‘글래스톤베리 락페스티벌’에 네식구가 같이 가서 노는 것! 좋아하는 음악이 더 넓은 세상으로 향하고픈 꿈을 꾸게 해줬다. 뭔가 찐하게 좋아한다는 건 몸에 좋다는 자양강장제를 마음으로 먹는 게 아닐까.


오늘은 콜드플레이의 ‘Adventure of a Lifetime’을듣는다. 마술같은 놀라움이 펼쳐지는 나의 일상을 상상하며 말이다.


Turn your magic on, to me she'd say

Everything you want's a dream away

Under this pressure, under this weight

We are diamonds taking shape

We are diamonds taking shape


그녀는 내게 너만의 마법을 부려봐 라고 말했어

너가 원하는 모든 것은 꿈꾸는 것으로 이룰수 있어

이 압박속에, 이 괴로움속에 있는 우리라는 존재는 고통받는 존재가 아닌

우리는 다이아몬드가 되는 과정속의 존재인거야

우리는 다이아몬드와 같이 되어가는 존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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