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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드레 Sep 21. 2023

경쟁자

경쟁자가 나타났다.


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중학생은 도전장을 내밀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이니 ‘공부’에 집중을 하라는 나의 권유는 잔소리의 소음으로 중학생의 귀에 박혔나 보다. 늦은 밤 신청 방법을 물어보는 중학생에게 성의 없는 대답을 건넸다. 그리고 바로 꿈나라로 직행했다.


다음날 아침 중학생은 밝은 목소리로 작가 신청을 완료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자기소개서와 작품활동 계획서 캡쳐본을 보여주었다. '오! 잘 썼네’ 선정될 수밖에 없게 궁금증을 유발하는 자기소개와 작품활동 계획서를 썼다며 지난밤 작가 데뷔를 위한 작전과 노력을 무용담처럼 늘어놓았다. 의기양양해진 표정의 중학생이 살짝 얄미웠다.

 ‘그냥 공부하라니까...‘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중한 글 기대하겠습니다.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에 메일이 도착했다. 첫 도전에 브런치스토리 작가의 타이틀을 거머쥔 중학생은 재수생 엄마를 놀리며 행복해했다 그 모습에서 로보카폴리를 선물 받고 신나 하는, 세상을 다 가진듯한 아가의 천진난만한 미소가 보여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났다.

 ‘그래도 공부가 먼저야’

 ‘써 놓은 글 많아. 걱정 마’


알고 있다. 글을 얼마나 사랑하는 아이인지. 아가 때부터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책을 읽고 얼마나 많은 글을 썼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 흩어져 있는 주옥같은 글들이 사라질까 안타까워 인터넷에 공간을 만들어 모으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래도 공부가 먼저야’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지금 이 시기, 엄마인 나의 역할이 답답하고 슬펐다.


나는 나의 엄마의 이야기를 쓴다. 그리고 엄마인 나의 이야기를 쓴다. 나의 이야기의 단골 주인공인 경쟁자는 이제 어떤 이야기를 쓸까? 어떤 많은 글을 숨겨 놓았을까? 엄마의 역할을 잠시 내려놓는다. 사실 나는 중학생의 글을 가장 사랑하는 작가님의 첫 팬이니까.


나와 아들은 함께 글을 쓴다.

아들은 나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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