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꾼들의 모국어> 권여선, 한겨레 출판
솥뚜껑을 열면 만두가 매스게임을 하는 아이들처럼 딱딱 줄을 맞춰 둥글게 도열해 있었다. 아주머니는 그 뜨거운 만두를 한 번에 다섯 개씩 만두 귀를 모아 잡아 접시에 번개같이 얹었다. 얹으면서 어떤 요령을 부리는지, 접시에 얹힌 만두는 서로 붙지 않도록 정확히 일 밀리미터 정도의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었다.
왕짱구분식의 만두는 걀쭉하니 한입에 먹기 딱 좋은 크기로, 얇고 쫄깃한 피 속에 고기와 야채가 들어 있고 씹으면 뜨거운 육즙이 살짜 배어 나오는, 맛이 아주 기가 막힌 만두였다. 그날 선배들은 만두를 인원수에 맞게 3의 배수로 주문했고, 우리는 도합 12인분의 만두를 먹었다. 그리고 나는 그날 두 가지의 깨달음은 얻었다. 선배들의 대봉같은 뜻을 참새같이 방정맞은 내 생각으로 섣불리 재단해선 안 된다는 것. 그리고 만두는 더할 나위 없이 술과 잘 어울린다는 것. (p.33)
단상
엄마는 냉장고 속 김치를 가볍게 씻었다. 송송 채를 썰고 양파망에 담아 물기를 뺐다. 나는 키친 타올로 두부의 수분을 제거하고 조물조물 찰흙 놀이를 하듯 두부를 으깼다. 계란과 소금후추 참기름 간 돼지고기를 넣어 속을 만들었다. 상온에 두었던 시판 만두피의 상태를 확인 후 쟁반에 하얀 밀가루를 얇게 펼치면 만두 만들 준비는 끝이다.
가스레인지 위에 찜통을 얹어 물을 끓이고 만두를 빚는다. 왼손 위에 피를 얹고 숟가락 가득 속을 떠 피 가운데 봉긋하게 속을 올린다. 테두리에 물을 살짝 발라 반달 모양으로 접은 후 양쪽 끝은 만나게 해 준다. 이때 봉우리의 위가 아닌 아래쪽으로 끝을 만나게 해 줘야 이쁜 모양의 만두가 탄생하게 된다.
팔팔 물이 끓은 찜기에 만두를 올리고 기다리는 지루함을 느낄 틈도 없이 엄마와 나는 다시 경쟁하듯 바쁘게 만두를 만든다. 넓은 쟁반 위에 가지런히 줄을 선 만두가 찜통에 들어갈 순서를 기다린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 갓 쪄진 만두를 하얀 밀가루가 묻어 있는 손으로 호호 불어 먹는다.
’아 뜨거워 아 맛있어 ‘
만두를 먹는 건지 빚는 건지 알 수 없는 엄마와 나의 만두의 시간들. 다시는 맛볼 수 없는 엄마의 만두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