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가을의 흔적
모든 일은 늘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다.
굳이 이유를 따지자면 엄마의 기일이었고 요즘 내가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며, 마술에 걸리기 직전 호르몬이 날뛰는 시기였기 때문이라고 해두자.
저녁으로 햄버거를 먹은 뒤 간식으로 인스턴트 수프를 먹는 아이가 못 마땅했다. 싱크대에 한가득 흘려 놓은 수프 가루가 발화점이 되었다. 꾹꾹 참고 있던 감정이 폭발하며 나는 아이에게 맥락 없는 분노를 쏟아냈다. 얼결에 엄마에게 당한 중학생은 연신 미안하다며 사과를 했다.
등을 돌리고 침대에 누웠다. 중학생이 옆에 와서 누웠다. 평소보다 베개를 더 바짝 가까이 대고 내 옆에 누웠다. 이제 내일이면 또 며칠 떨어져 있어야 하는데, 할머니와 둘이 집에 남게 될 중학생이 안쓰러워 그만 마음을 풀고 싶었지만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깜깜한 방 이불속에서 중학생의 손을 찾아서 어색하게 잡았다. 덩치는 나만해졌지만 손은 아직도 말랑말랑 아가 손 같다. 그 손을 만지작거리니 눈물이 핑 돌았다. 울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꾹꾹 참았지만 눈치 없는 어깨가 박자에 맞춰 들썩거렸다. 중학생이
가만히 내 어깨를 토닥였다. 우리는 그렇게 한참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서로의 체온을 느꼈다.
내리사랑이라고 했던가?
우리 집은 내리 그리움인 거 같다.
나의 엄마가 일찍 돌아가신 외할머니를 늘 그리워했고 그런 엄마의 이야기 들으며 자란 나는 자연스럽게 엄마를 그리워하는 법을 배웠던 거 같다. 엄마를 그리워하는 나를 보고 지내는 우리 중학생도 그리움이 전염되었는지 내가 출장에 가고 나면 외로움에 몸부림을 친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엄마는 기도를 하셨었고 나는 글을 쓴다. 우리 중학생은 어떤 방법으로 외로움을 이겨 낼까?
가을은 하루하루가 참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