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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아루츠키 Sep 25. 2022

살아있는 패션잡지 싼리툰三里屯

[回梦到北京] 지금을 살아

在人生的旅途上, 我们不断地相遇、 寻找与发现 , 将那 些与不同的人、 事、 物交织出的珍贵片段细细地收藏起来 , 我们 才成为了现在的样子。

-台湾演员 桂綸鎂, Kwai Lun mei


인생의 여정에서 우리는 계속해서 만나고 찾고 발견하며 서로 다른 사람, 일, 사물과 얽혀 나오는 소중한 조각들을 세세하게 소장해 왔기에 지금의 우리가 될 수 있었다.





중국에 도착해서 처음 가본 동네가 싼리툰이었다. 한국의 이태원같은 곳이라고 했다. 클럽도 많고, 외국 음식점도 많은. 궁금해서 무작정 찾아갔다. 타이구리 쇼핑몰이 크게 있었고 한쪽에는 봉춤?을 추는 언니들이 있는 펍이 늘어져있었다. 엥? 여기가 왜 유명한거야? 첫인상은 그랬다. 매력도 없고, 재미있지도 않은. 왜 여기가 유명한곳이지?


만약 내가 정말 베이징에 관심이 많고, 중국 문화권에 호기심이 크고 싼리툰에 대해 궁금했다면 더 많이 알아보고 찾아보고, 내가 원하는 장소를 찾아가서 만족감을 얻지 않았을까? 좀더 시간이 지나고 베이징에 관심이 생기면서 나만의 싼리툰이 형성되었다. 흔히 말하는 쇼핑센터가 아닌 호텔 뒷구석의 햄맥집, 바비큐집, 숨겨진 커피숍, 우리만 아는 비밀 술집등 싼리툰에 가면 항상 그 곳에 갔다. 남들이 말하는 재미있고 힙하다는 곳, 나만의 싼리툰 만들어졌다.


무슨일이든 몸으로 터득하는게 가장 빠르고 오래간다. 그게 되게 값진 것이다. 그것은 스스로 느꼈을 때 가치가 있는 것이다. 남들이 뭐라하건 내가 스스로 느낀 주관들이 모여 나를 형성한다. 그리고 그것들이 오랜시간 내 삶의 베이스가 되어 내 기준점이 된다. 그렇게 나를 만드는 것들을 모아가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는 걸 싼리툰에서 느꼈다.







싼리툰은 서양 음식점들과 명품샵 그리고 브랜드들이 모여져 있는 대표적인 쇼핑상권이다. 인근에  캐나다,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을 포함한 79개 국가의 대사관이 모여 있으며 인근에 외국인 거주지도 많고 외국인 출입이 잦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이기도 하고 세련된 베이징런들을 만날 수도 있으며, 유명한 브랜드의 상품은 모두 만나 볼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아디다스도 그렇고 애플도 그렇고  아시아 최대 플래그십스토어라고 한다 확실히 아디다스는 진짜 아이다스 계열 다 들어있고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고 물건도 많다

3년전엔 정말 길에서 DVD도 팔고 길거리의 재미가 있었다면 지금은 대대적으로 공사를 해서 깔끔하고 세련되게 변모시켰다 (예전에 길거리에서 놀던.. 그때까 더 좋은데 ㅠㅠ) 한쪽엔 외국 음식점과 재즈바 그리고 벤틀리 매장부터 샤넬 화장품 크리스찬루부르탱까지 살아있는 패션 잡지같은 곳이 바로 싼리툰이다






베이징에 도착하고서 처음으로 낯선 감정에 휘말렸다.  몰랐던 내면에 숨겨진 감정이었다. 바로 낮은 자존감.


처음으로 대면하게   감정은 날것의 나를 부정하고 외면해오던 지난 시간들을 뒤로하고 정면에서 마주하게 했다. 한국에서는 어떻게든 모른척했지만, 돈도 없고, 취업비자도 없고, 언어도 되지 않고, 아무것도   없는 베이징에선  낮은 자존감이 삶을 갉아먹었다.


전공으로 한 의상 디자인은 쓸모가 없었고, 마케터로 일한 10년은 무용지물이었으며, 36년간의 삶 중에 해외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능력이라곤 제로에 가까웠다. 낮아진 자존감에 무슨 일이든 자책을 하게되고, 의심을 하게 되고, 한없이 우울해지고 눈치를 보게되었다. 활동적인 성격은 점점 움츠려갔고 차라리 양보하는게 속편했다. 불의를 참게되고 불이익도 넘어가게 되었다. 결국 남편에게까지 애정결핍을 느끼게 되었고 인생이 막막해졌다. 매일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감정기복에 나만 왜 이렇게 살아야하나 하면서 주어진 환경을 원망하고 있었다.


그렇게 몇달이 지나고 이런 감정이 익숙해질때쯤 불현듯 스스로 버티는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왜 한번도 이기는 삶을 살아보지 않았을까 욕심을 내본적도 없고, 버티면 언젠간 차례가와서 얻어지는 삶을 살았기 때문에 안정된 삶에 적응해있었다. 살면서 환경을 이겨내야겠다 라던지, 나를 바꿔야겠다라는 생각을 못했던 것이다.


어차피 서울로 돌아가면 다시 베이징에 못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올까? 비자를 받으면서? 에이 아닐껄! 이런 생각이 들자 그럼 지금 이곳을 많이 다녀야해 라며 지금 이 시간이 너무 소중해졌다. 그리고 이 환경을 이겨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따종띠엔핑을 보며 상상여행을 하던 나는 그때부터 생활여행자가되어 베이징의 곳곳을 찾아다니게 되었다.


나를 이겨내는 순간 나의 삶은 달라졌고,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까지 경험했던 그 시간들은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홀로서기에 성공하게 만들었다. 나의 기준점이 생기게된 순간이었다. 예전에는 낮은 자존감에 완벽을 지향했다면, 이제는 내가 원하는 목표를 완료하는 삶으로 바꿔야겠다고 다짐했었다. "목표 완료형 인간" 내가 베이징에서 바라게된 나의 모습이었다.



그때부터 베이징의 시간은 나에게 다르게 다가왔다. 베이징을 대표하는 싼리툰은 생활 여행자에게 끝없는 영감과 아이디어를 제공해주는 살아있는 컨텐츠였다. 매달 새롭게 열리는 나리 화원의 행사와 명품 샵들, 베이징에서 가장 멋진 언니들이 매일 지나다니고 벤츠 카페와 톰딕슨 매장부터 이탈리안음식점 모스토, 프랜치 레스토랑 레스토랑 y, 화덕피자의 전설 보테가, 탑라운지 테라짜마니티, 딤섬맛집 징야탕, 미국식 립아이 홈플레이트, 내사랑 멕시코 음식점 큐멕스, 밤에만 여는 핫한 더타코바, 싼리툰을 대표하는 슬로우보트의 맥주와 햄버거 코스메틱 멀티샵 HARMAY등등 모든 곳을 담고 정리해놓고 싶었다. 이 외에도 많은 바와 호텔, 클럽등 싼리툰 뉴스만 매달 발행해도 잡지 한권이 만들어질만큼 매력적이고 신나는 곳이었다. 작은 것에서도 생명력을 찾아 특별하게 바꿔버리는 싼리툰은 그냥 존재만으로도 하나의 브랜드였다. 싼리툰에서 그런 살아있는 느낌을 받고서 처음으로 베이징에 대해 적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당시 좋아하게된 중국 연예인 카페에 베이징에 대한 이야기들을 날것 그대로 쓰기 시작한 것이 브런치에 글을 시작하게된 초석이 되었다. 당시에는 큰 의미가 없었으나 계속 이어지며 베이징 전반에 대한 글을 쓰다보니 책임감도 생기고, 시리즈로 만들어 하나의 책을 완성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글을 써내려가면서 낮아진 자존감이 조금씩 채워지는 것을 느꼈다. 모두 다 각자의 현실 속에서 힘들고, 지친 삶을 사는 것이고 난 그게 베이징이라는 공간일 뿐이라는 걸 알게되었다. 그냥 지금의 속도로 하루하루 잘 살아내면 된거라고, 그렇게 매일을 채워가다보니 내 삶을 사랑하게 되었다. 쓸모가 없는 삶이었대도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특별해지게 되는 것을 경험했다. 결국에 나는 이 브런치를 완성해서 책을 만들게 될 것이고, 다른 사람이 인정해주지 않더라도 내가 나를 믿고 인정해준다면 이렇게 글을 써내려가는 시간이 매우 소중하고 귀하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싼리툰은 사람들이 어떻게 삶을 살아가는지, 어떻게 매일을 이어가는지 밤낮으로 화려한 조명을 쏘며 몸부림치듯 이야기했다. "지금을 살아" 


잃고 싶지 않은 추억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미래의 나를 위해, 과거를 기억하고 싶어 지금 나는 열심히 기억을 떠올려 써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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