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모든 장르의 글을 통틀어 시집은 꽤나 하위권입니다. 산문집, 철학, 인문학, 추리소설을 더 즐기는 편이라서요. 시는 한 편이라도, 그 한 편의 한 줄이라도 무겁습니다. 그러니 시집은 얼마나 버거운 단어와 문장의 모음인가요.
시인의 단어가 유독 무거운 이유는 그 단어 하나를 적는 데에 더 오랜 시간이 들어서이기 때문일 겁니다. 시인의 하루, 일주일, 한 달, 일 년을 맷돌에 갈아 쥐어짜 낸 한 방울. 그것이 시인의 단어라는 말을 믿습니다. 그래서 유독 시를 읽고 나면 시간을 곱게 갈아버리듯 되새김질합니다.
시인의 단어란 깨지며 탄생한다네요. 하나 둘 셋까지로 제약된 단어를 파열하면 불규칙적으로 쪼개어지고. 시인은 파편을 가열해 또 다른 상태(state)로 만드는 대장장이죠. 한 시인은 ‘사랑’을 해부했습니다. 사랑이란 “헝클어짐”, “수렴할 수 없는 것”, “호호 불어 먹는 마음”같은 것이라고요. ¹ 제게도 사랑은 언제나 헝클어진 실타래이며 정형화할 수 없는 파편입니다. 사랑은 무엇일까. 나는 사랑을 얼마나 낭비해 왔나. 어느 날 사랑이 사라지면 어쩌나. 늘 하는 구름 낀 생각들. 늘 ‘답이 없다’라는 결론에 도달해요. 그러나 이내 처음으로 되돌아갑니다.
어느 곳에든 사랑이 함께하는 것을 사랑해 왔고, 어떤 형태이든 좋았습니다. 뜨겁게 달궈진 사랑은 말랑말랑. 그러면 그것을 두툼하게 썰어 조물조물. 어떤 날에는 그릇. 어떤 날에는 꽃. 어떤 날에는 고슴도치. 얼음물에 넣어 식혀보고, 적당한 햇볕 아래 말려보고, 냉동실에 꽝꽝 얼려보고. 그러면 가끔 달고, 종종 쓰고, 드물게 시큼해요. 아침으로 먹기엔 무거워 조금 떼어먹습니다. 그런데 야식으로 먹기엔 택도 없어요. 그래서 '사랑'을 깨부수면 무엇이냐고요. 아, 답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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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박연준, 『사랑이 죽었는지 가서 보고 오렴』(문학동네, 2024), 2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