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 낭만은 오븐에 넣어 데워주세요

by ami

10월이 가기 전에 모닥불 앞에서 책을 읽고 싶습니다.

들이쉬는 숨에 새벽이, 내쉬는 숨에는 코코아가 있다면 더 좋을 것 같네요. 친구가 그러더군요. 올해가 다 가도록 여행 한 번 못 다녀왔다고. 즐겁게 살려고 일하는데 즐거울 시간이 없다고. 친구에게 코웃음을 치며 말했습니다. 시간을 내서 쉬려 하다니, 사치스러운 사람아. 너는 낭만에 목이 마른 거야. 매일의 낭만을 찾으면 매일이 여행일걸.

반드시 낭만에 흠뻑 빠져 살고 싶습니다.

어른 말고 철든 어린이 할래요. 어제 찾지 못한 퍼즐 조각을 기어코 오늘도 찾아 헤매고 싶습니다. 늘 방황을 선택하며 설레는 불안을 껴안고 싶습니다. 3월의 하늘은 무슨 색인지 스포이드로 찍어보고, 여름의 땡볕은 몇 도인지 보닛 위에 계란을 깨뜨려볼래요. 가을 공기는 얼마나 무거울지 비닐봉지에 담아 볼까요. 아파트 단지에 쌓인 눈을 전부 모아 눈사람을 만들면 얼마나 클까요. 냉동 낭만은 오븐에 넣어 데워주세요. 금세 맛이 좋아진다니까요!

하루를 느리고 끈적하게 사랑하렵니다.

초록불이 10초 남았어도 뛰지 않는 것을 나태함이라 하지 않고. 지나온 길을 되짚어보는 것을 비효율적이라 하지 않으며. 오늘의 나에게 달고 살찌는 낭만을 처방합니다. “파란 약 한 알, 식후 30분” 꼭 지켜야 해요. 이른 새벽, 핸드폰에 차가운 모닥불을 켜고 레몬맛 탄산수를 마시며 어쨌든 책을 읽겠습니다. 시간이 감히 나를 제치고 달아나도 언제나 오늘에 남아 그렇게, 매일 여행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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