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몸에 꽉 끼어요

by ami

그러나 정도껏 사랑하기란 어려운 법이다 들이치는 햇빛에 눈꺼풀을 걷어올리면 당신이 침투해 아침의 고요를 뺏는다 안녕 잘 잤어 무자비하게 헤쳐진 머릿속이 퍽 달갑다 조금 탄 식빵 위에 안녕을 여백 없이 발라먹는다 아 탄산이 필요해 물속에 사는 바위가 이끼를 입듯 나는 매일 당신을 입는다 스카프에도 양말에도 재킷 주머니에도 가득해 매일 저녁 상다리 휘어지게 차려진 마음 때문에 심장이 뚱뚱해졌다 아이고 사장님 사랑이 몸에 꽉 끼어요 더 큰 건 없나요 오이장아찌처럼 절여진 하루에 재채기가 멈추지를 않아 때아닌 눈물이 그렁그렁 나는 앞치마를 둘러매고 당신의 저녁을 나의 서랍에 넣어두었다* 기어코 사랑한다 인정하면 편하다 찐득한 캐러멜에 잘 버무려진 사과 한 알 독인 줄 알면서도 한 입 크게 베어 물고 싶어져 백설공주는 멍청한 게 아니야 멍하니 입을 벌리고 혓바닥만 굴려 말할 수 있는 그 발음이 좋다 지치지 않고 뱉을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쓰다 보면 사랑이다 쓰다 보면 달아진다……썼다가 달아진다



*한 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서울: 문학과 지성사, 2013), 책 제목을 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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