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은 운명처럼, 운명은 우연처럼 왔다.
흙내음 세 덩어리에 저민 풀잎과 솜털 같은 사향을 섞은 향수를 뿌렸다.
휘적휘적 커다란 발걸음에 잔바람이 일었다.
너는 잔향 같은 사람이었다.
금세 증발해 버리는 가벼움이 아닌
가을 스웨터 섬유 속에 숨어 닷새 내리 콧잔등에 머무는 그런 사람.
갈색 오팔 같은 두 눈이 마주치면
한여름인데도 살이 에도록 떨리는 몸을 둘 바 몰랐다.
시간에도, 마음에도
나지막이 정적이 흐르고 나는 그것을 감히 사랑이라 불렀다.
우연히 다다른 너라는 섬이 속도 없이 좋아서
그것이 운명인 척 네 깊은 숲 그늘 아래 씨앗을 심었다.
오뉴월에는 은방울꽃이 피고 노래를 부를 거야.
그것은 우연일 수 없으니
너는 그것이 내 사랑임을 알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