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과 가장 닮은 얼굴은 결국 평안이더라고요

by ami

누군가 행복이 무엇이냐 묻는다면요. 온갖 화려한 말로 치장해도 행복과 가장 닮은 얼굴은 결국 평안이더라고요. 맛있는 것을 먹는 것. 생각지도 못하게 날씨가 맑은 것. 바람이 부는 거리를 걷는 것. 새로 산 책의 첫 장을 펼치는 것. 뒤척이지 않고 푹 잠드는 것. 사랑이 곁에 있다는 것. 이 모든 것이 평범하다는 것. 그런 거요.


오늘 상수에서 합정으로 가는 한강 옆길을 좋아하는 노래와 함께 걷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이 평안을 발판 삼아 조용히 행복을 영위하고 싶다. 떨어지는 불그스름한 가을 한 잎 두 잎을 세면서. 덧대어지는 무질서함에 기대고 싶다. 기어코 찰나인 이 계절이 애틋해 마지않으니까.


고독이 부끄럽지 않은 섬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나만 아는 꽃과 좋아하는 초록을 가득 채우며. 이따금 거센 물결이 훌륭히 들이치면 흠뻑 젖은 모래로 작은 성을 쌓기도 하고. 하늘은 언제 가장 붉었는지 영원히 모를 답을 찾아 헤매어야지. 그것은 더 이상 고독이 아닌 자유이지 않습니까. 비로소 평안이지 않습니까.


우리가 평안하기를 바랍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사랑하고 있기를요. 벅찬 하루에도 어딘가에서는 바람이 조용히 평안을 데려오더라고요. 한강 물비늘 위에 햇살이 눕는 사이 마음이 좋아하는 이름을 속으로 한 번 불러보면 가라앉던 마음도 아주 조금 떠오릅니다.


그렇게 모인 작은 평안들이 밤을 비추는 등댓불이 되기를. 그 등댓불이 우리의 작은 섬을 지켜주기를. 서둘러 밝힐 필요는 없지요. 느린 빛에도 길은 반드시 드러나니까요. 오늘의 그대가 이미 충분하다는 사실만 조용히 품고 돌아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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