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커피 자국을 입은 책이 되었다

by ami

말을 한 움큼 삼키자 녹진한 덩어리가 목구멍을 타고 들어간다
너무 오래되어 부패해 버린 사랑
그대로 위장에 얹힌 채 소화될 줄을 모른다


애석하게도 차마 뱉어내지 못하고
억지로 욱여넣길 거듭했다
체증이 오른다

꼬여버린 속을 숨긴 채 나는 한없이 맑은 당신을 절절하게도 앓았다

속도 없이 웃을 수 있는 당신을 진심으로 동경하며
어쩔 수가 없었다
밀려오는 초록을 막을 수가

낡은 커피 자국을 입은 책이 되었다
너무 오래된 얼룩이라 돌이킬 수 없어

당신은 연약한 심장을 움켜쥐고 흔들다가 떠났다

그리고 한숨을 쉬는 틈을 타 돌아왔다가 떠나기를 반복했다
아니 사실 당신은 떠난 적이 없다
단 한 번도 놓아준 적 없음에


살지 않은 척하고 싶던 하루도
당신이 묻어 있다면 한 번 더 돌아보곤 했다
마치 누군가의 인생을 바꿔놓은 문장처럼


토해내지 못한 마음은 결국 잠식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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