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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눈보 Sep 12. 2022

솔직하지 못해서

[서평] 조지 실버 <12월의 어느 날>

런던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청춘 남녀들의 로맨스


운명처럼 반한 상대가 절친의 애인으로 나타난다면? 최악의 상황에서 만난 두 남녀의 이야기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런던의 저녁, 그 복잡한 도시 한가운데서 두 남녀가 첫눈에 반하게 된다. 로리는 버스에 타고 있었고, 잭은 버스정류장에 앉아있는 채로. 숨 막히는 몇 초의 시간, 약간 주춤하던 찰나 잭은 버스를 그대로 놓치게 되고 둘은 엇갈리게 된다. 로리는 1년 동안 그를 찾아다니지만 엉뚱한 곳, 의외의 상황에서 운명처럼 잭을 다시 만나게 된다. 친자매처럼 친하게 지내는 친구 세라의 남자 친구로.


설정 자체가 정말 말도 안 되게 안타깝다. 이 둘은 자신들의 감정에 솔직해지기 어려운 상황 속에 계속 빠지게 되고, 결국 10년의 세월을 돌고 돌게 된다.


로리와 잭이 엇갈리는 사건, 생각, 선택들의 기반엔 솔직하지 못한 마음이 있다. 결국 자신에게 솔직해지지 못해 상처 입고, 누구와도 진정한 시작과 끝을 보지 못한다. 만약 처음 재회했을 때 친구에게 말했더라면? 만약 친구보다 로리가 먼저 잭을 찾아냈다면? 만약, 만약에 그랬다면...


자신의 감정을 진실로 마주하지 않은 사람은 늘 만약이라는 말을 밥처럼 먹고살 수밖에 없다.


인생이 너무 힘들다고, 복잡하다고 하는 두 주인공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인생이 복잡한 게 아니라 너의 머릿속이 복잡한 거라고. 결국 본인을 위한 선택이 상대방을 위한 선택이기도 하다. 자신의 마음에 솔직해지지 않은 대가는 생각보다 아프다. 시한폭탄 같은 마음은 크기가 더 커지기 전에 터뜨려버려도 괜찮다. 차마 열어보지 못한 채로 꽁꽁 묶어 어딘가 처박아 놓은 마음을 내가 아니라 엉뚱한 누군가가 봉인해제시켜버릴 수도 있으니. 내 마음이 더 곪기 전에 관심 있게 들여다 봐주는 게 미래의 나를 좀 더 배려하는 방법이 아닐까.


외국 소설이라 가끔 구글 번역체 같은 어색한 문장이 감정의 흐름을 살짝 방해하기도 했다.(특히 대화를 문어체로 한다던가..)또 자유분방한 외국 마인드라 전 애인과 친구는 고사하고 애인 구해준 사람이랑 결혼하기도 한다. 살짝 유교 걸인 나로선 그들의 쿨한 관계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너무 쿨해서 좀 추웠다. 진보적인 그들의 관계성..! 관계성 맛집이랄까. 하지만 로맨스 소설답게 섬세한 감정 묘사에 홀리게 된다. 언어술사가 문장에다 반짝이를 흩뿌린 것 같다. 한마디로 몰입감은 보장한다.


영국 런던에 사는 청춘 남녀 인생에서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하이라이트 부분을 읽은 기분이다. 어딘가에 살고 있을 것 같은 로리와 잭이 더 이상 운명의 장난에 빠지지 않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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