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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눈보 Oct 02. 2022

내가 선택한 이름으로 살아가기.

서른셋에 개명을 한 사정

서른셋이 되는 해에 개명을 했다. 개명 전 이름은 내 나이대에서 아주 흔한 이름이었지만, 그렇다고 큰 불만은 없었다. 평범하고 흔한 이름이었기 때문에 내향적이고 앞에 나서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내 성향이랑 잘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그리고 돌아가신 외할아버지, 사랑했던 외할아버지가 애정을 담아 고민 끝에 지어주신 이름이었기에 그 자체로 소중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내 이름인데, 한 번쯤은 내가 선택한 이름으로 살아봐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점점 커졌다. 이 생각의 출처를 정확하게 알 길은 없다. 어느 날 부쩍 자란 손톱을 보고'언제 이렇게 자랐지?'하고 깎을 시기를 가늠하는 것처럼, 그저 자연스럽게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하고 받아들였다.


개명 후 많은 질문을 받게 되었다. '왜 개명했어?', '이름이 안 좋대?' 이 두 가지 질문이 가장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보통은 사주와 매칭 해보고 이름이 안 좋다고 하면 바꾸는 게 일반적인 경우라, 그 말을 기대하고 질문했던 사람들에게 '아니, 내가 선택한 이름으로 한 번 살아보려고.'라고 말하는 내가 적잖은 문화충격이었나 보다. 본인 주변에 이런 생각 가지고 개명한 사람은 처음 봤다면서 약간은 신기한 눈초리로 쳐다보기도 했다.


물론 개명을 기점으로 안되던 일이 갑자기 잘 풀리는 행운은 없었다. 개명을 해도, 개명을 하지 않아도 나는 여전히 나였고, 그런 요행을 바라고 바꾼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개명 이후로 더 책임감이 생겼달까. 그전에는 어른들이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에 대한 바람이 담긴 이름을 가지고 살았다면, 지금은 내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한 바람이 담겨 있는 이름으로 살아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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