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인데 왜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걸까?
자주 이런 생각을 해왔던 것 같다. 누군가로부터 공격적인 말을 들었을 때, 그래서 상처받았을 때,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를 어둡고 깊은 곳으로 자꾸만 끌어내리려고 했다. 긍정적인 감정보다 부정적인 감정은 힘이 유독 세게 느껴지곤 했다. 어두운 느낌과 장면은 생생해서 손을 뻗으면 잡을 수 있을 것 같고, 또 만지면 느껴질 것만 같았다. 마음과 감정, 생각 같은 보이지 않는 영역은 변화무쌍한 기체처럼 몸집을 크게 부풀렸다가도 어느 순간 펑 하고 사라지기도 하고, 짙은 안개처럼 내 앞의 시야를 가리기도 하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맑게 개는 기상현상 같았다. 날씨에도 예보가 있듯 내 마음에도 예보를 띄우고 싶은 생각이 간절한 적도 있었다.
마음의 평안을 얻기 위해 심리나 인간관계에 대한 강연이나 책을 읽으며, 어느 순간 내가 움켜쥐고 있는 욕심의 꼬리를 찾게 되었다. 내 마음이 항상 편하고, 행복해야만 한다는 욕심. 그 욕심을 버리고 나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화가 나고, 기쁘고, 짜증이 나고, 욕심이 생기는 자연스러운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며 ‘아, 나라는 사람은 이런 상황에서 화가 나고, 기쁘고, 짜증이 나는구나.’ 하는 것들을 적극적으로 느끼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화가 나서 화를 막 냈다가도 다음번엔 비슷한 상황에서 화나 나려고 할 땐 ‘어, 나 또 화가 나려고 하네.’하는 생각이 들어 화를 누르는 스위치를 누르지 않게 될 때도 있었다. 연습이 잘 될 때도, 알면서도 내 감정에 휘말릴 때도 있었지만 조금씩 나의 중심을 찾아가는 것 같아 스스로에게 고무적인 경험을 꽤 쌓았다고 생각한다.
전반을 관통하는 두 가지의 키워드는 ‘알아차림’과 ‘받아들임’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삶에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음을 알게 되며 그것이 무엇이든 결국 스쳐 지나간다는 이치를 몸소 경험하게 됩니다.
이 책을 읽으며 과거의 내가 나의 마음을 내 마음대로 영위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며 고민했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현대인이 받는 스트레스의 근원을 친절하게 카테고리별로 분류하고 사례마다 어떻게 사고를 전환시킬지, 어떤 생각이 나의 행복에 도움이 되는지, 그 부정적인 감정이 신체화되지 않는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 준 책이라고 생각한다. 구체적이고 분석적인 내용으로 꽉꽉 채워져 있어 알찬 생활 백서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옆구리에 끼고 다니며 어려운 상황에 맞닥뜨릴 때마다 펼쳐서 참고하면 좋을 법한 내용이 많아 인간관계나 스스로의 문제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위로의 말 대신 이 책을 추천해 주고 싶다.
일기예보가 100퍼센트 다 맞진 않지만 앞으로 다가올 날씨를 어느 정도 대비할 수 있는 정보를 주듯, 나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연습이 일기예보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갑자기 찾아올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도 내 마음의 패턴을 알고 있다는 것은 추운 날씨를 대비해 목도리를 하나 더 챙기는 것과 비슷하다. 목도리가 매서운 바람을 다 막아주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추위에 조금은 더 버틸 수 있게 해주니까.
불편한 모습이 다소 거슬릴지라도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나 도로 위 자동차가 경적을 울리는 것처럼 삶에서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는 현상으로 보면 됩니다.
1년 내내 맑은 날씨엔 꽃 한 송이도 피어나지 못하듯 365일 행복하고 기쁜 마음을 갖길 바라는 마음은 어딘가 어색한 다짐처럼 여겨진다. 책에 쓰여 있듯 불편한 감정을 불편한 손님이라고 여기고 언젠간 지나가겠지 하는 여유가 어느 상황에서도 조금 더 나은 생각과 선택을 할 수 있는 좋은 길로 이끌어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