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다시 꺼내 보고, 일기장도 펼쳐 보고,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어가면서 정성스레 글을 썼다.
하지만 8월, 8월은 정말 한 것이 없다.
아무리 사진첩을 뒤적거려 보아도, 일기장을 탈탈 털어 읽어봐도, 소재가 없었다. 내가 맞이한 10번의 8월 동안 찍은 사진이라곤 그저 친구들과 찍은 사진들 뿐이었다.
글의 소재가 될 만한 의미 있는 사진이 없었다.
그리고 정말 희한하게도,
꾸준히 잘 쓰던 일기를, 도대체 나는 왜?
8월만 되면 일기 쓰는 것을 멈췄던 것일까?
8월 텅 빈 일기장
악마의 속삭임이 나를 유혹했다.
'그냥 대충, 7월에 있었던 일을 8월에 한 것처럼 써. 같은 여름인데 어때?'
8월이나 7월이나 같은 여름이니까. 괜찮지 않을까? 했지만,
나의 미약하게나마 남아있는 양심이 내 손을 묶어버렸다.그렇게 글 쓰기가 멈추어 버렸다.
마지막으로, 쓸 내용을 찾지 못한다면 연재를 그만두기로 결심하고 책상에 앉았다.
그리고 샅샅이 핸드폰을 뒤지기 시작했다.
신은 일말의 양심을 지킨 나에게 선물을 내리셨다.
(사실 나는 무교다.)
나는 다시 컴퓨터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릴 수 있게 되었다.
특별한 여행을 특별하게 기록하기
2023년 7월, '나 혼자 여행'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것이 너무나도 만족스러웠다.
그래서 이번 여행을 특별한 방법으로 기록하고 싶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던 차에 우연히 어느 광고를 보게 되었다.
"북캠프"
10명이 모여서 하룻밤 동안 각자 쓴 글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는 프로젝트였다.
글을 쓰기 위해 밤은 새운다니, 시험공부를 위한 밤샘만 해본 나에게 너무나도 특별해 보였다.
이 정도의 특별함이라면, 내 여름 여행의 기억을 특별하게 담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신청을 했다.
2가지의 주제 중에 하나를 선택하여 글을 쓰는 것인데,
나는'K에게: 부치지 못한 편지'를 골랐다.
밤 10시부터 다음 날 새벽 6시까지 글을 쓴다.
글을 쓰면서 중간에 다른 참가자들과 이야기하는 시간도 있었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어떤 글을 쓰고 있는지, 왜 그 글을 쓰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하였다.
" 저는 인천에서 왔습니다. 이번 여름에 처음으로 혼자 국내 여행을 다녀왔어요. 너무도 특별한 추억이기 때문에 특별한 방법으로 기록해두고 싶어서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이 주제가 제가 여행 중에 한 생각을 기록하기에 알맞았거든요.
친구와 함께 간 여행지를 이번 여행에 혼자 다녀왔어요. 거기서 그 친구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K를 그 친구로 설정해 두고 그 친구에게 여행지에서 한 생각을 편지에 담으려고 해요. 지금은 절교했기 때문에 부치지 못하는 것까지, 너무나 완벽한 거 같아요."
내가 말을 마치자 나오는 다른 분들의 반응이 재미있었다.
운명 같다는 분도 계셨고, 그 친구와 왜 절교했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도 계셨다.
서로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잠을 깨기 위해 커피를 마시고 과자도 먹어가며 밤새 글을 써 내려갔다.
새벽 6시,
아침 해가 떴고 우리는 밤새 10편의 글로 책 한 권을 엮어냈다.
글을 쓰는 동안 너무 즐거웠다.
술술 풀리면 풀리는 대로 재미있었고, 막히면 막히는 대로 머리를 쥐어뜯어가며 풀어내기 위해 신경질적으로 탁탁 쳐대는 키보드 소리가 나름 재미있었다. 글을 제출하고 나서, 언젠가 내 글로만 엮은 한 권의 책을 완성해보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지금은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기엔 너무나도 부족하지만,
언젠간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마음 정리가 필요한 이유
완전히 잊고 있었다는 것이 신기하다. 내가 브런치 스토리의 작가를 도전하게 된 계기가 되는 사건 중에 하나였는데 말이다.
한때는 너무나도 소중한, 반짝이는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반짝임은 잃어가고 그저 평범한, 수많은 기억 중 하나가 되어간다. 운이 나쁘면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기도 한다. 20대 끝자락, '마음정리 보고서'를 쓰면서 나의 안일함 때문에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기 직전에 놓인 중요한 기억을 되찾을 수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