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 2023년 여행, 혼자 가다 (7)

julio : 너무 좋았기에 다시 갈 수 없는 곳

by 잊쑤

통영에서 맞이하는 아침은 참으로 눈이 부셨다.

정말 말 그대로 눈이 부셨다.

끝없는 반짝거림이 나를 설레게 했던, 이름조차도 몽글거리는 '윤슬'이 나의 아침잠을 깨운다. 잠시 커튼을 치고 좀 더 누워있을까 고민했지만, 기꺼이 나를 찾아온 눈부심을 맞이하기로 한다.

언제나 암막커튼으로 빛 한 점 들이지 않는 방에서 번쩍이는 알람 소리를 들으며 일어나는 도시 여자인 내게,

얼마나 동화 같은 아침인가.


그때와 지금의 차이


20대 초반, 친구들과 통영 여행을 했을 때 일이다.

그 당시 한여름밤의 시원하지도 그렇다고 덥지도 않은 미지근한 바닷바람의 꿉꿉함과,

생선의 찌릿한 비린내가 섞인 바다의 파래한 비릿함까지 생생히 기억난다.


회에 소주 한잔 거나하게 걸쳐 기분이 좋아진 우리는 이대로 숙소로 들어가기 아쉬웠다.

10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택시를 타고 '이순신 공원'에 가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는 3분 만에 다시 숙소로 가는 택시를 불렀다.

너무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너무 무서웠다.

7년 전 그때

숙소로 돌아오는 길, 우리는 티격태격했다.

'야밤에 가면 아무것도 구경하지 못한다는 것을 배웠다'

VS '괜히 시간과 택시비만 날렸다'

그 당시 나는 후자였다. 하지만 2023년, 나는 전자의 입장이 되었다.


그때의 일을 기억하며, 이번에는 해가 떠있는 오후 2시에 이순신 공원에 갔다.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다. 친구들이 많이 생각났다. '그 당시에도 이렇게 아름다웠겠지? 친구들과 같이 구경했으면 더 재미있었겠다.'

이번엔 해가 쨍쨍

이 풍경 저 풍경 찍어서 일하고 있는 친구에게 보냈다.

비록 다른 친구에겐 보내지 못하였지만.


나는 '두 번 다시 가지 않는 사람'이다.


너무 좋았던 기억이 있는 곳에 또 방문하는 사람이 많을까?

아니면 두 번 다시는 가지 않는 사람이 많을까?


별명이 '내비게이션'인 친구와 함께한 여행이었다. 그런데 통영 여행 중에 복잡한 길도 아닌데도, 길을 잘못 들은 적이 있다. 자꾸 위쪽으로 올라는 것 같아서 이상했지만 그래도 그 친구를 믿고 계속 올라갔다.

한참 후 우리는 왔던 길로 되돌아가야 함을 깨달았다.


투덜거리며 뒤를 도는 순간, 우리 셋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마음을 불안하게 만드는 고요함과

마음을 평안하게 만드는 바다가 펼쳐진, 하나 둘 불이 켜지는 마을 정경

말문을 막아버린 정경

모순됨우리 셋의 마음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24시간 쉬지 않고 쓸모없는 이야기만 떠들어대던 우리의 입에서 그저 '우와'라는 자그마한 속삭임만 흘러나왔다. 그렇게 한참 정경을 바라보다가 다시 재잘재잘 떠드는 우리로 돌아왔다.


남들이 보면 고작 몇 분이었겠지만 우리에겐 꽤나 오랜 몇 분의 시간 동안 있었던 적막감부터 다시 돌아온 우리의 조잘거림까지.

이 기억은 내 20대에서 가장 아름답기도 또 슬프기도 한 기억이 되었다.


7년이 지난 2023년, 이곳을 다시 가볼까 하는 마음에 근처까지 갔었다. 길 찾기에 잼병인 내가, 7년이 지났음에도 그곳까지 가는 길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 놀라우면서도 당연했다.


그곳으로 가는 계단 앞에서 나는 더 이상 가지 않기로 했다.


내가 지금 간다면, 저 때의 아름다웠던 순간을 또 느낄 수 있을까?

절대 없다.

내가 지금 간다면, 저 때의 순수함에 한 줌의 어른스러움이 첨가된 감성을 느낄 수 있을까?

절대 없다.

내가 지금 간다면, 저 때의 유치하면서 반짝이던 우리의 우정을 되돌릴 수 있을까?

절대 없다.


더 이상 고요함은 나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평안하게 만든다.

불안함이 없는 정경에 과연 내가 그때처럼 감동을 받을까?


지난 7년 동안 겪은 좌절과 실패 덕분에 순수함은 그저 사치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의 감성엔 굳건한 어른스러움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순수함이 많이 사라진 내가 과연 그때처럼 감동을 받을까?


개인의 힘든 일들을 친구들에게 털어놓으면서 이말 저말 하다 보면, 한없이 가벼워졌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턴 개인적인 일을 말하는 것이 듣는 친구들에게 짐이 되기도, 상처가 되기도, 또는 나의 약점이 되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 사이에 선이 생기기 시작했다. 서로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고 그었던 선이 우리의 우정에 가는 금이란 것을 그때는 몰랐다.

그렇게 한 조각이 버티지 못하고 깨어져나갔다.

우리는 그 한 조각을 되찾지 않기로 했다.

내려오면서 찍은 사진

너무 좋았었어,

그래서 그때의 모든 것을 다시 똑같이 느낄 수 없음을 알아서,

두 번 다시는 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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