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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만 Jun 25. 2020

가르침을 주었던 건 결국 ‘평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들 가까이엔 책도, 거창한 이론도, 숱한 지식인의 말도 없었지만



페이스북이 알려준 1년 전 일기,

저는 이미 꿈을 이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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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막걸리를 마시던 아빠는 집 근처 연어 집에서, 가족끼리 처음으로 간 홍콩 숙소 1층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주문하던 나를 두고. 그렇게 말했다. 딸 덕분에 이 와인을 마셔본다고.

운 좋게도 해외를 자주 돌아다닌 나는 한국과 멀어진 거리만큼 자유로웠지만 그만큼 무거웠다. 해외 한 번 가본 적 없던, 나를 제외한 우리 가족이란 존재는 나의 또 다른 선택지들을 막아설 정도로 무겁고 그만큼 소중했다.

장소에 따라 물 가격만큼 저렴하기도 한 고작 와인이라는 게 우리 가족에게는 거창했다. 그래서 해외로 기어코 가족 여행을 가야만 했고 그곳에서 나는 기어코 레스토랑에 가고 와인을 마시고 싶었다. 계급이란 게 뭘까. 거창한 이론을 두고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내 일상이 어떤지만 봐도 답할 수 있는 게 현실인데 왜 이리 덧붙여지고 덧붙여져야만 누군가의 삶에 가까워진다고- 사람들은 믿는 걸까.

직접 돈을 벌어서 쓴다는  어떤 의미인지 아느냐고 물었던 -  년을 일한 공장에서 야간근무로 바뀌어도 그저 웃으며 일했던 엄마의 삶이었고. 일하면서의 실수가 바로 경찰서에 가는  아니라 상사에게 혼나는 거였으면 좋겠다는  버스운전을 내리 했던 아빠의 삶이었다.

이들 가까이엔 책도, 거창한 이름의 이론도, 숱한 지식인의 말들도 없었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상처는 주지 말아야 한다고, 거짓말은 하지 말라고 했던- 너무나도 중요했던 가르침들을 주었던 내 곁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여성학 석사과정을 희망하던 나의 졸업 후 계획은 동화를 쓸 수 있는 사람이었다. 수많은 이론들을 공부해 더 쉽게 말할 수 있는 사람.


거리에 나선 수많은 이들의 삶을 엮어내고 다시 그들에게 말할 수 있는 사람.


너무 쉬운 꿈이라고 생각했는데 너무나도 무겁고 어려운 꿈이라는 걸 다시 한번 실감하는 밤이다. 현실은 그렇게 만만한 언어로 풀어지지 않고. 나는 다시 혼자 서 있는 것만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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