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남성의 옷차림은 탈권위, 청년 여성의 옷차림은 정치적이지 못하다?
정치인으로 적합한 외모, 옷차림은 대체 무엇일까요. 그리고 누구의 관점이 지대하게 영향을 끼치는 걸까요. 탈색한 제 머리 그대로 대변인 브리핑을 시작했을 때, 덕분에 기자님들이 저를 기억해주셨습니다. 지금까지 탈색한 대변인은 없었다고 하시더라고요. 한 번은 반바지를 입고 출근해 한 기자님을 기다리고 있을 때, 못 알아보셨습니다. 반바지를 입고 있어 당연히 대변인이 아닐 거라고 생각하셨다고요.
제 논평은 대부분 노동에 관한 것이고 일부 젠더 사안을 다루곤 합니다. 그럼에도 보도되는 양 차이로 인해 젠더 사안만을 다루는 것으로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곤 합니다. 대변인으로서 낸 논평에 대한 항의성 전화가 당 사무실, 대변인실로 올 때, 저를 지칭하는 말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머리 노란 애가', '나이도 어린 게', '여자애처럼 입지도 않는 게' '버릇없이'등등.
정치인이라면 감당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보시는지 여쭙숩니다. 감당은 해야겠지만 이 같은 상황들을 문제제기도 못하고 방치할 경우, 이 판에 남을 수 있는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만 가능할 것입니다. '그런'이 무엇이냐고요? (사나운) (어린) 여자를 제외한 사람일 가능성이 크겠죠.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그리고 아래는 오늘의 정의당 대변인 브리핑입니다.
“류호정 의원 의상 비난 관련,
여성 정치인을 대상화하는 행태에 불과해...
성차별적인 편견에 강력히 유감 표한다.”
어제 류호정 우리당 국회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입은 의상을 두고 비난성 글이 게시되고 있다. 소위 정치인다운 복장과 외모를 강요함과 동시에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행태에 불과한 말들이 이어지는 것이다.
우리당 류호정 의원을 향한 비난이 성차별적인 편견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강력히 유감을 표한다. 의정활동에 대한 평가가 아닌 여성 정치인의 외모, 이미지로 평가함으로써 정치인으로서의 ‘자격 없음’을 말하려고 하는 행태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중년 남성의 옷차림은 탈권위일 수 있고, 청년여성의 옷차림은 정치적이지 못하다고 평가하는 태도는 이중잣대에 불과해 불편함을 감출 수 없다.
그동안 여성 의원의 경우, 바지를 입었다는 이유로, 화려한 색의 옷차림을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상대에게 고압적으로 소리치는 것은 국회의 당연한 모습이 되고 원피스를 입은 게 문제시되는 작금의 현실에 유감을 표하며 지금은 2020년임을 말씀드린다.